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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 (493)
하루하루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최 정 희 그녀가 오늘 한쪽 유방을 들어냈어 무거워진 한쪽이 사면처럼 기울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
삭는다는 것 김 필 영 잘 삭은 술은 사랑 받는다 포도가 잘 삭아야 좋은 술이된다 견디기 힘든 고난도 따뜻이 위로하면 아픔이 삭는다 삭은 눈물이 강이 될 때 물 흐르듯 슬픔이 씻겨 일어설 수 있다 항아리에서 잘 삭은 김치는 밥도둑이다 잘 삭은 홍어를 가운데 두고 응어리진 마음도 잘..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
오누이 김사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에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
하지 무렵 유홍준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정지문 앞에 서서 수건을 벗어 펑펑 자신을 때리며 먼지를 털었다 그 소리가 좋았다 나는 밭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먼지를 털고 끓여주시는 국밥이 좋았다 점심때는 늘 뒷산 멧비둘기가 구구 구구 목을 놓아 울었다 마당 가득 햇볕이 쏟아지고 ..
누가 오고 있다 누가 오고 있다 초병처럼 벽을 기대고 어둠을 지키는 괘종시계 뒤편에서 새벽이 서너 번 헛기침을 해대며 휑한 정적을 열어젖히고 있다 나는 밤이 이윽하도록 베란다에서 도시의 네온 빛들과 잔을 기울이다가 마지막 불빛을 겨우 어둠 속으로 돌려 세우고 마지막 담배를 빼어 물었다 뱉은 연기에 어둠이 밀리는 소리 환하다 어둠을 밀어내고 가로등 한등한등 끄며 사라지는 첫차를 따라 어둠 저편에서 다가오는 새벽이 선잠 든 세상이 덮고 누운 밤의 까만 이불을 들추며 저마다의 사물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출정出征처럼 새벽이 몰려오는 소리에 골목 어귀마다 어둠이 흩어지는 소리 요란하다 세상이 새로운 색감으로 깨어나고 있다 - 경주문학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