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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179)
하루하루
닿고 싶은 곳 최 문 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지상으로 내려온다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종종거리다가입술을 대고 싶은 마지막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아름다운 듯 서 있다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몸을 떨고 있다 ----------------------------------------------------------------------------------------------------------------------------- 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엄마 박 제 영묵은지가 그냥 되는 줄 아나배추가 다섯 번 죽고나야 되능 겨뼈는 와 묵다 말고 버리노심줄까정 파먹어야 제 맛잉 겨묵은지보다 더 늙은 우리 엄마여자를 몇 번이나 죽여서 엄마가 되었을랑가뼈라는 뼈 죄다 비어버린 우리 엄마얼마나 더 파먹어야 나의 허기가 채워질랑가저, 저, 말 받는 뽄새 좀 보소우리 아들 언제나 철이 들꼬뼛속 심줄까지 파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마침내 다 먹어치워도 그 맛과 향을 잊지 못하는인류의 가장 오래된 음식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르지맘마 먹자아가엄마 먹자 『식구』(북인, 2013)
마음에 병을 얻어서 나누어줄 게 없다. 얻은 것이 하필 병이라면 병이라도 나누어야 한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아픈 마음을 나누고 아픈 마음을 덜어가는 사람에게 더 아프라고 채근하지는 못해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병을 나눈다. 염치도 없이 병을 나누려면 병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어야 병도 깊다. 병이 깊어야 나눌 수 있는 마음도 깊어지는 법. 한없이 깊어지다 보면 병도 법이 되는가 보다. 그걸 생각하면 아프다. 아픈 사람이 아프면 아프지 않은 사람도 아프다. 그래서 아프다. 이 아픈 현실을 못 이겨서 떠나는 사람도 아프다. 남아 있어도 아프고 떠나 있어도 아픈 사람. 그가 아프다고 전갈을 보내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어느 쪽에서 그 소식을 듣고 움직여야 할까. 아픈 쪽에서 더 아픈 쪽으로 움직이다 ..
엄마 생각 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
뒤란 유 은 희 넓은 등에 업히고 싶을 때면 뒤란으로 갔다 뒤란은 집의 등이어서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맘 상할 때면 어린 나를 등 뒤로 숨겨 주었다 내 귀는 가지처럼 길어져서 앞마당을 엿듣고도 못 듣는 척했다 담장 밑으로 뱀 허물 잦아들고 지붕의 박꽃 얼굴이 우는 듯해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