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접는다는 것
- 들은 이야기
- 경주문학상
- 웹진 시인광장
- 눈물 이후
- 권상진 시집
- 최미경 시인
- 유승영
- 북토크
- 걷는사람
- 수북책방
- 권상진
- 서형국
- 석민재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권상진시인
- 밑장
- 노을쪽에서온사람
- 권수진
- 도서출판득수
- 가짜시인
- 리스트컷증후군
- 시골시인K
- 햄릿증후군
- 레미앙상블
- 눈물이후
- 이필
- 권상진 #저녁의 위로 #검은 사람 #발아래 어느 상가 #장수철 시인 #시와문화
- 언니네 책다방
- 권상진 시인
- Today
- Total
목록합동시집 『시골시인-K』(2021, 걷는사람) (13)
하루하루
시골시인 K·J·Q에 대한 보고서 [에세이] 1990년대만 하더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들과 지방에 거주하는 시인들 간에 거리감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큰 시인들은 지방에 다 살았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권위 있는 문학잡지를 펴내는 문학 전문 출판사 편집위원들도 뛰어난 시인을 발굴하기 위해 지역에서 나오는 문예지나 동인지를 샅샅이 들춰보던 시기였다. 일례로 문학과지성사 사무실 서가에는 지역에서 나오는 기관 문예지들이 꽂혀 있었다. 나는 그게 신기했고 감동했다. 아마도 고(故) 김현 선생의 유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김현 선생의 뒤를 이어 소설가 이인성, 평론가 정과리 선생 같은 분들이 '지역에서 시인 찾기' 같은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 또한 1990년에 등단해 아무런 인맥도 없었는데 ..
阿Q의 시 읽기 〈55〉 시골시인들 : 월간조선 (chosun.com) 阿Q의 시 읽기 〈55〉 시골시인들 ‘보라 감자꽃이 슬퍼 보인 건 그 때문이었구나’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 ‘잘 가요, 황인숙, 이성복, 전윤호, 그리고 젊고 예쁜 도성안 시인들이여’(이필) ⊙ ‘열여섯에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어느 작가의 원고와 연필, 지우개. 사진=조선일보DB 한동안 6인 공동시집 《시골시인-K》(2021, 걷는사람 刊)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시집 타이틀이 1980년대 언론통폐합을 다루었던 이윤택의 희곡 〈시민 K〉를 연상시키고, ‘20세기 걸작’이라는 오손 웰스(1915~1985)의 흑백영화 〈시민 케인〉(1941)도 떠오르게..
꽃문 권 상 진 꽃잎인 줄 알았다 끝내 속으로만 피고 지던 마음 한 잎 툭하고 여자의 발끝에 흘린 것 같아 처음엔 내가 먼저 붉었다 식탁 옆자리에서, 구멍 난 스타킹 끝을 슬쩍 당겨 엄지와 검지 사이에 밀어 넣던 여자도 꽃같이 잠시 붉었다 당신이 슬며시 열어놓은 수줍은 쪽문 그 문을 밀고 들어가 발목에 닿고 그 흰 줄기를 다 올라가 꽃에 닿으면 내 마음이 비추던 방향으로 휘어져 오는 꽃대 그 위에 노을 지던 꽃잎, 비밀들 나는 나비처럼 꽃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당신의 저쪽까지 건너가 눈시울에서 빠져나오면 어느새 당신, 내 곁에 피어있었다 속내를 들킨 것 마냥 서로의 표정이 꽃문처럼 닫힐 때 여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꽃무늬 방석을 발끝에 올려 두었다
나무날개 권 상 진 다리가 없는 그는 겨드랑이에 나무날개를 끼운다 무너진 자세를 고치며 목발로 나서는 밤길 설화는 달밤에 시작된다 외딴집 마당에 새도 사람도 아닌 것이 어른거리던 날 마을에는 인면조를 보았다는 소문이 돌았고 소문의 꼬리는 그 집 가까운 골목에서 끝이 났다 밤마다 그 집 마당에는 달빛을 등진 검은 그림자가 앙상한 날개뼈를 한껏 움츠렸다 공중에 걸음을 놓아보지만 번번이 곤두박질쳤다 어쩌다 외발이 날개를 앞지를 때에는 새 그림자에서 몸을 빼려는 사람 그림자가 빈 다리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푸드덕, 허공을 짚는 날개 소리에 달빛이 담장 가로 쓸려 나갔다 사람을 놓아야 새가 될 수 있었다 구겨진 깃을 털고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면 새의 울음을 울 수 있었다 빼곡히 찍힌 발자국마다 별빛이 박혔다 별들..
교차로 권 상 진 도시의 기후는 건조합니다 아비를 따라 십 수년, 마른땅에 그를 묻고 어미를 따라 다시 몇 년, 그 사이 아내를 얻고 어린것들은 또 생겨나 풀을 뜯습니다 늙은 어미가 게르에서 풀이 무성한 쪽으로 머리를 누이고 잠들었을 때 다시 짐을 싸는 아내는 이미 완경에 가깝습니다 열세 번의 거처를 옮기며 우리는 이 도시의 모든 골목을 완주했지만 다시 슬픔의 역순으로 떠나야 합니다 슬픔의 입구는 풀밭에 던져진 통발 같아서 빤히 보이는 희망을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넓은 잎에 키 큰 나무 주변은 포식자들이 살고 경계를 따라 자라는 풀의 맛을 이어봅니다 전세는 전세끼리 월세는 월세끼리 오와 열을 맞춰 사막 입구로 뻗어갑니다 유목의 피가 흐르는 양 떼가 초원의 서열을 몸에 익히고 초원의 경계에서 고개를 누입..
당신의 바깥 권 상 진 자기가 삼킨 눈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안다 딱 그의 키만큼 울고 갔다 염장이가 그를 슬픔과 함께 단단히 묶고 눈물이 새 나가지 않도록 오동나무 관으로 경계를 두르는 동안 죽음을 빙 둘러선 사람들은 그에게 흘러든 어떤 구름에 대해 증언하거나 자신의 몸에 눈금을 그어 보이는 시늉을 했다 막잔을 비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일어설 때 코끝까지 차오른 눈물에 그가 술잔처럼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모두 당신의 바깥에 서 있었다 울고 있었지만 아무도 당신이 술잔에 채워준 구름을 마시지 않았다 한 이틀 슬픔들이 속속 다녀가고 마지막 날엔 잘게 부서진 눈물이 항아리에 고였다 주목나무 아래 그를 뿌려두고 남은 이들이 출렁거리면서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