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누가 오고 있다 본문

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누가 오고 있다

가짜시인! 2013. 8. 21. 16:11

 

누가 오고 있다

 

 

누가 오고 있다

초병처럼 벽을 기대고 어둠을 지키는

괘종시계 뒤편에서 새벽이

서너 번 헛기침을 해대며

휑한 정적을 열어젖히고 있다

나는 밤이 이윽하도록 베란다에서

도시의 네온 빛들과 잔을 기울이다가

마지막 불빛을 겨우 어둠 속으로 돌려 세우고

마지막 담배를 빼어 물었다

뱉은 연기에 어둠이 밀리는 소리 환하다

어둠을 밀어내고

가로등 한등한등 끄며 사라지는 첫차를 따라

어둠 저편에서 다가오는 새벽이

선잠 든 세상이 덮고 누운 밤의 까만 이불을 들추며

저마다의 사물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출정出征처럼 새벽이 몰려오는 소리에

골목 어귀마다 어둠이 흩어지는 소리 요란하다

세상이 새로운 색감으로

깨어나고 있다

 

 

 

 - 경주문학 51호

 

'나의 편린들 > 버린 詩(발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경을 벗으며  (0) 2018.12.06
소리  (0) 2018.10.02
표적  (0) 2018.07.26
우물  (0) 2017.07.28
월간 모던포엠 2월호 화보(엔딩노트외 9편)  (0) 2014.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