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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걷는사람 (4)
하루하루
밑장 기회는 언제나 뒤집어진 채로 온다 공평이란 바로 이런 것 이 판에 들면 잘 섞어진 기회를 정확한 순서에 받을 수 있겠지 그래, 사는 일이란 쪼는 맛 딜러는 펼쳐 놓은 이력서를 쓰윽 훑어보고 몇 장의 질문들을 능숙하게 돌린다 손에 쥔 패와 돌아오는 패는 일치되지 않는 무늬와 숫자로 모여들던 가족들의 저녁 표정 같았지만 여기서 덮을 수는 없는 일 비밀스레 돌아오는 마지막 패에는 섞이듯 섞이지 않는 카드가 있었고 꾼들은 그걸 밑장이라 불렀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밑장을 빼내 옆자리에 슬쩍 밀어 줄 때, 딜러의 음흉한 표정이 117 밑장의 뒷면에 슬쩍 비치고 있었다 계절이 지나도록 판은 계속된다 어제 함께 국밥을 말아 먹고 헤어졌던 이들이 더러는 있고 한둘은 보이지 않는 새 판에서 겨우내 패를 덮고 있던 나..
햄릿 증후군 등산이나 갈까 싶은 일요일 오전 분식집 메뉴판 앞에서 고민에 든다 첫 끼는 밥이지 하며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가 그래도 분식의 꽃은 라면이 아니던가 라면과 김밥 한 줄로 주문을 바꾼다 짠 라면은 밥이라도 말아 먹지 싱거운 라면은 밀가루 냄새만 가득해서 고행하듯 반쯤 비워 가는 찰나 등산복 차림의 중년 슬그머니 들어와 옆자리에서 반가사유 하고 있다 흘깃 내 밥그릇을 탐내는가 싶더니 라면에 김밥 한 줄요! 하마터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칠 뻔했지만 되는 놈은 어떻게도 되는 법 금세 야채볶음밥으로 갈아탄다 순간 그에게 엄지척을 날릴 뻔했다 월간 『모던포엠』 2018년 4월호
신의 한 수 흰과 검은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검은은 우하귀의 도쿄 흰은 좌상귀의 서울 검은은 우상귀의 홋카이도 흰은 좌하귀의 목포 여기까지는 정 석에 가까운 포석이지 검은이 목포에 눈목 자로 나가사 키를 붙이면 흰은 날일 자로 제주를 두며 지키는 방법 을 택했어 그때 검은이 이키로 세력을 넓혀 왔지만 흰 은 장고에 들다가 거제를 놓으며 다시 지키는 쪽을 택했 어 검은이 시마네로 하변의 실리를 쌓을 때 흰이 어복* 에 울릉을 놓는 거야 도대체 무슨 행마법이었을까 검 은이 자충이라 여겼는지 한 칸 띄며 오키를 놓을 때 흰 은 응수하지 않았어 마음은 이미 울릉에 가 있었던 거 야 마늘모로 독도를 가만 붙이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신의 한 수였지 검은이 오키나와로 한 칸 건널 때 흰은 독도에 괭이갈 매기 집을 짓..
그녀가 피어나는 유일한 방법 여자는 손목으로 울고 있었다 눈물만으로는 비워낼 수 없는 삶의 물꼬를 돌려놓고 싶을 때마다 손목에 칼을 댔다 외로움은 칼끝보다 더 고통스런 통점 남겨진 한쪽이 삶에 손 내밀 수 없도록 깍지 낀 손이 기도처럼 단단했다 욕조는 붉은 잉크가 풀어내는 독백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받아 적는다 선명해져 가는 문장 속에서 발갛게 피어나는 여자 어긋난 꽃차례를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에 웅크려 있는 소녀를 만난다 골절된 날들에 부목을 대고 가만히 속내를 더듬어 가다 보면 손목엔 칼끝이 새긴 환생의 숫자들, 가만히 스캔해 보면 ‘나를 잊지 말아요’ 계간 『사람의 문학』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