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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 날아오르다 / 최정희 본문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최 정 희
그녀가 오늘 한쪽 유방을 들어냈어 무거워진 한쪽이 사면처럼 기울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을 단단히 움켜쥐었어 그렁그렁한 표면장력, 그 힘으로 소금쟁이는 침몰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했어
오늘 그녀는 기울기를 가졌어 x축과 y축 사이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가슴에서 눈물이 호수처럼 출렁였어 그녀는 비로소 너무 오래 울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 남은 한쪽의 젖꼭지가 짓무를 때까지 오늘 울기로 했어
소금쟁이가 떠났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 가짜시인의 단상
올해(2013년) 신춘문예 시 중에서 제일 먼저 내 눈을 끌었던 작품이 이 작품이다.
나는 여자가 아니므로 한쪽 유방을 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평평하던 삶의 기울기가 한쪽으로 쏠릴 만큼의 여성성으로써의 어떤 중요한 사건임을 짐작
할 수는 있다. 그것은 한쪽을 도려내는 것에 비유된 모든 당연한 것에 대한 결함을 또한 말
한다 할 것이다.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을 텐데 유방을 들어낸 특별한 사건을 겪고난 후 기울어져 버린 그녀.
그때부터 그녀의 일상은 기쁘냐 슬프냐가 아니라 슬픈가,그렇지 않은가의 삶으로 바뀌어 버
린다. 울고 싶을 때 눈물을 그러쥐어 흐르지 않게 해주던 소금쟁이가 그때 떠나가 버린다.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을 단단
히 움켜쥐었어 그렁그렁한 표면장력, 그 힘으로 소금쟁이는 침몰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했어'
비는 눈물. 비가 내리는 날처럼, 살면서 울고 싶은 날들이 많을 것인데, 어쩌면 자존심 같은 소금쟁이가
그녀를 울고 싶은 상황에서 눈물을 그러모아 버틸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울고 싶은 현실적 상황을 소금쟁이(인내,견딤)을 통해 살아내는 그녀의 삶이 애처롭다.
하지만 그녀에게 현실은 불공평해지고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 '남은 한쪽의
젖꼭지가 짓무를 때까지' 울기로 한 그녀는,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차분한 어조로 세밀화처럼 감정선을 그려가는 이 시를 읽으며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침몰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눈물을 지켜주는 소금쟁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금쟁이가 떠나지 않도록 우리는 몸도 마음도 잘 간추려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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