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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52)
하루하루
꼬리의 쓸모 꼬리를 바짝 세웠다가 금세 내렸다 일단 한번 대들고 보는 건 자존심 이겨먹어야겠단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왜 매번 져야 하는지는 가끔 궁금하기도 했다 내린 꼬리를 흔들어 방을 쓸고 먼지를 턴다 시장 가판대처럼 옷이 쌓인 침대 우후죽순 화장품들이 늘어선 화장대 며칠째 식탁 위에 얹힌 마트 봉다리 거실 바닥에 촘촘하게 매설된 지뢰들 필요가 사라진 자리에 망설임 없이 불필요를 놓는다물끄러미 손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날의 서사를 읽을 수 있다어쩌면 오늘의 기분 까지도 기어이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서는 날은 오고 그런 날은 집안 곳곳에 매복해 있던 먼지 묻은 말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 말을 포위한다 ----------------------------------------------------..
슬픔의촉감 권상진 어둠이 더 위로가 되는 시간입니다불은 켜지 말아 주세요텅 빈 공간에 우두커니 서 있을기억의 잔상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거든요당신이 사라져버린 문의 방향과지우다 만 흔적들이 남은 자리를다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죠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슬픔은 그냥 슬픈 것불은 켜지 말아 주세요나는 쌓고 당신은 허물어뜨리는 어둠온밤, 번져가는 생각을 까맣게 칠하고 있습니다살갗에 닿는 어둠의 촉감이 씁쓸합니다우연처럼 누가 안부를 물어오면 좋겠어요당신이 거의 어둑해져 가서나도 이제 괜찮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득수 읽다 시리즈 (2025년 4월, 도서출판 득수)
한숨 1무쇠솥에 찬물 한 동이 붓고아궁이에 장작 몇 개 더 밀어 넣으셨다아랫목에 뉘어진 눈물에 온기가 돌 즈음한숨 푹 자고 나면 나을 거라 했다자정 넘도록 통증을 쓰다듬던 빈손이대책 없는 가계의 어제보다 푸석댔다한 손은 배를 쓸고남은 손이 두 사람 눈물을 닦아내는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는 밤실컷 울고 나면 조금 나아질 거라 했다 2 한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다른 손으로 베개를 안고 온 아이에게매실청 한잔 타서 먹이고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 말했다아내는 휴대폰을 다시 만지고나는 읽던 책을 펼쳐 들었다글썽이는 눈물을 곁에 누이고아내가 응급실을 검색하는 동안나는 어느 먼 기억을 불러와통증 위에 가만히 손을 쓸어본다 월간 『우리시』 2025년 4월호--------------------------------..
가벼운 입들 시간이 나를 도리깨질한다허공을 휘둘러서 한번 후려치고가는 듯 되돌아와 생채기를 남긴다마른 꼬투리들이 입을 쩍쩍 벌리며여문 생각들을 내려놓는 동안키질 몇 번이면 저 너머로 날아가버릴쭉정이 말이나 흠다리 말들은 여전히 매질을 견뎌야 했다시간에 맞아본 사람은 안다얼마나 많은 생각들이영글지 못한 채 쏟아지는 지를마당 한편에 소국 한 무리가 망울 졌다서릿빛 채찍을 견디며 앙다문 저 입술설익은 꽃들 한 마디씩 가을을 메울 때한 송이조차도 거들지 않던 꽃마침내 한 마디 피워 놓는다둥글게 몸을 말고 꼬리에 입을 파묻은누렁이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월간 『모던포엠』 2025년 1월호
놀러 한번 오라는 말 딴엔 진심이었는데 아무도 새겨듣지 않는다쉽게 그러마 해놓고선 끝내 아무도 오질 않는다 놀러 한번 오라는 말할 말 다 끝내고 한 됫박 더 퍼주는 말처럼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로 들렸나 보다언제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말로 들었나 보다 닿지 못하는 말이 있다서로의 언저리만 맴돌다 돌아서는 말안 오면 그만이지 싶다가도어떤 날은 마음이 영 쓸쓸하기도 하다 문득 그리워서 꼬깃하게 접어 건넨 그 말가만히 서랍에 넣어두었다가바람 제법 부는 날 기차를 타고검표원에게 차표 대신 그 말 스윽 펼쳐 보이며내게 오는 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계간 『황해문화』 2025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