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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_용인문학 41호(2023년 10월) 본문

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소멸_용인문학 41호(2023년 10월)

가짜시인! 2023. 9. 9. 14:35

늙음이 추함이 되지 않도록

이쯤에서 끝이라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한순간 안간힘을 버린다
 
산다는 게 그저
세상을 기웃거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면
들숨과 날숨 어디쯤에서 팽팽하던
집착의 가닥들을 툭툭 끊어도 볼 일
 
샤워를 마친 거울 앞
참 볼품없이 나이 먹은 이방인 하나
그 처연한 장면을 한참 목도하다가
문득 소멸의 자세를 생각한다
 
더는 삶과 실랑이하지 말고
세상의 복판에서 비켜서야 할 시간
하찮은 기억처럼 잊고 또 잊혀지다보면
나는 없는 듯 있는 사람
마침내 투명처럼 사라질 존재
 
 
『용인문학』 41호(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