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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밤_ 『시흥문학』 33호(2023) 본문
죽음은 현상이 아니라
어쩌면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멎으면
생각은 몸을 놓고 홀로 가던 길을 갑니다
집요하게 당신의 행방을 쫓던 슬픔들이
일제히 한쪽을 바라봅니다
혼자 가지기엔 너무 많은 슬픔 같아서
문득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슬픔의 표정에는 슬픔이 없습니다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족속 같습니다
맹지 같던 삶에는 슬픔만 무성하게 자라나서
버리고 떠나도 하나 아깝지 않겠습니다
몸을 멈추고 탈피를 완성한 당신을 향해
오늘 같은 밤은 축배를 들어야 하는데
남겨진 내가 당분간 함께 할 슬픔을
괜스레 자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이 사라진 쪽으로
꽃 한 송이
가지런히 놓는 일뿐입니다
『시흥문학』 33호(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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