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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랑초_계간 『시와 징후』 2023년 겨울호 본문
사랑초가 죽었다
스무 해 가까운 목숨이었다
신혼집 베란다 작은 화분에
미신처럼 엄마가 몰래 묻어두고 간
사랑 한 뿌리
찬기가 오면 거실에 들였다가
경칩 지나면 볕 좋은 곳에 내어 놓았다
꽃이 먼저 오고 이듬해에 큰아이가 왔다
입하 못 미쳐 엄마가 죽었는데
빈손이었다
그때부터 이 집의 겨울엔
안으로 들여야 할 생각들이 하나씩 늘어났고
미처 들이지 못한 것들은
집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잊혀졌다
꽃기린 무늬벤자민 군자란
당신을 기억하는 목숨들은 다 데려가고
잊어가는 사람들만 여기 남아서
상한 속에 생각을 들였다 내놓으면
아이는 한 뼘씩 키가 자랐다
계간 『시와 징후』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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