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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30)
하루하루
졸혼 권상진 이별은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합니까 일행처럼 함께한 우리, 목적지가 다른 티켓을 지녔나 봐요 매일 보는 풍경은 지루한 벽지 같아요 짧게 서로를 바라보고 오래 창밖을 응시 합니다 사실은 고정된 창이 지겨웠던 거죠 입체감을 잃은 사랑이 틀 속에 갇힙니다 열정의 곡선은 기억에서 휘어지고 직선의 선로 위의 우린, 쏠림이 없습니다 이번 역에서 내리기로 합니다 웃는 이별이 있을까요 이제 우리는 좌표의 형식으로만 남겠지요 계간 《시와 경계》 2020년 여름호
눈과 귀 어둠이 어떻게 빛을 적시는지 시간이 하루에 어떤 명암을 그려 넣는지 그는 모른다 들은 이야기로 잠을 청하고 들은 이야기로 아침을 맞을 때 시계는 하루를 잘게 쪼개는 소리로 혼자 분주할 뿐 눈이 온다고, 별빛이 투명하다고, 꽃이 지천이라고 말하면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을 때 즈음에야 눈 오는 소리가, 별빛의 마찰음이, 꽃이 향기와 이별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하던 사람 우리의 대화는 자주 간격을 가졌다 그에게 소리 없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가끔 슬픈 표정만 지어 보이거나 웃음을 참으려 힘껏 입술을 오므릴 때도 있지만 우린 괜찮았다 나는 보고, 그는 듣는 일이 퀴즈처럼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서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각또각 질문들을 흘리며 그가 앞서 걷는다 소리의 자국을 따..
READY! 권 상 진 READY! 너는 속삭였지 먼저 고백 해버린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속으로만 하나 둘 셋 아주 천천히 달콤한 고백을 기다릴 거야 너보다 먼저 셋을 다 세어 버린다면 그 다음엔 나는 단 한 번에 네게 닿기를 원했어 붉은 입술에 귀 기울였지 흩어져 있던 모든 나는 너를 향해 정..
불륜, 아내가 모른 체하는 23 아내가 잠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한 귀퉁이 얻었던 이불을 들춰 몸을 뺀다 한 번도 떳떳하게 y를 만난 적이 없다 24 매일 살을 부벼도 낯설고 두근거린다 다급하게 y의 옷섶을 풀어헤친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02 지쳐 잠든 머리맡에서 눈만 깜박거리는 y의 불감증에 흩어져있는 흔적들을 부끄럽게 지운다 2.5 아내가 깨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리 대입해도 풀리지 않는 외사랑의 함수 y=f(詩) -- 숨죽이며 옆자리로 다시 숨어들 때 슬며시 돌아눕는 아내, 들킨 걸까 월간 『모던포엠』2019년 3월호
가시고기 네 안에서 꽃이 한 생을 살았다지 꽃자리 마다 맺힌 눈물이 두어 계절을 매달고 떨어지면 잎들도 한순간에 마음처럼 무너졌다지 삶이 몇 번 죽음이 또 몇 번 빈집처럼 다녀갈 때마다 슬픔이 겹겹 온 몸을 에웠다지 중년의 아버지가 병원 앞에서 대추나무 한 그루를 잡고 우신다 그 속엔 죽고 싶은 마음이 몇 번 살아야 할 이유가 또 몇 개 가시를 세워 낭자하게 세상을 찌르고 나서야 무너졌던 어순들도 차츰 제자리로 돌아왔다지 공복의 시간을 채우던 울화가 몸서리치며 물때 묻은 비늘을 턴다 비릿한 어제의 시간들이 물방울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나면 내일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빈집 같다지 하루의 서술어를 마침표로 눌러놓고 내일을 슬몃 당겨와 접속어와 쉼표로 단단히 엮던 아버지의 일기가 오늘은 쉽게 끝나지 ..
모던 브라운 화단에 벗어 놓은 아버지의 구두가 두 계절을 마르고 있다 무거운 걸음이었던지 밑창에 눌려 누렇게 뜬 잡초 한 움큼이 똬리를 내리던 엄마의 편평한 정수리에서 본 색 바랜 머리카락 같다 살아온 어디쯤에서부터 무게를 만났을까 세상에서 머리부터 하얗게 지워져 가고 있는 엄마 시간을 돌려주고 싶었다 하양에 브라운을 덧칠하면 지워지는 시간 청춘마트에서 모던 브라운 염색약을 사서 기다리는 시간은 온통 브라운 삐걱거리는 시장 좌판도 칠이 벗겨진 낡은 대문도 브라운 덧칠하고 싶은 기억이 즐비한 골목의 뿌리 까지 염색을 마치고 나면 데생의 질감 보다 세밀한 슬픔이 어둠 저쪽에서 걸어온다 내일은 시장에 가지마 분 향을 폴폴 풍기면서 대리석이 깔린 백화점 바닥을 또각또각 걸어봐 테라스가 있는 2층 카페에서 에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