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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30)
하루하루
안경을 벗으며 안경을 벗으면 흐릿해지는 풍경이 좋다 눈이 점점 나빠질수록 세상을 조금씩 밀거나 당겨서 보는 버릇이 생겼지만 안경을 더듬기보다 허물어지는 경계를 그냥 지켜보기로 한다 광장을 지나가는 사람들, 그 간격에는 서로를 향한 번짐이 있고 휨이 있다 저 번짐의 끝점, 저 곡선의 바깥까지를 나는 사람이라 부르겠다 맨눈으로 보는 태양처럼 사람을 보는 일이 이리 부시다 읽던 책에서는 활자들 서로 부둥켜안고 반듯하던 문장의 길들이 일렁인다 그 행간에서 나는 길을 잃어 오독은 갈수록 더 깊어질 것이므로 이쯤에서 읽던 페이지를 덮기로 한다 사람과 사람이 스미고 사람과 사물이 스미고 사물과 사물이 스며들어 서로 깃드는 풍경 굴절된 허상을 벗고 나니 차츰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
소리 세상은 소리로 가득합니다 입은 사납고 귀는 온순한 편이어서 소리 없는 것들만이 위안입니다 말하자면 바위 그 무게가 일생 들어온 소리의 부피로 환산 되는 말하자면 별 빛의 음가로 번역된 생각은 영롱한 간접화법 귀뚜라미가 새벽이슬로 목구멍을 씻고 반성하듯 올려다보는 하늘 고요하다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 슬프거나 기쁘지 않다는 것 순리에 맡겨보겠다는 것 어쩌면 세상의 소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것 말하자면 토끼, 귀가 입보다 큰 토끼가 침묵하고 있을 동안 나도 발언권을 신청하지 않겠습니다 『Volume』2018년 창간호
표적 산탄처럼 흩어지는 비는 슬퍼지는 것들만 표적으로 삼는다 비는 잔인하고 방아쇠를 놓으며 끝까지 나의 표정을 기다리는 먹구름은 집요하다 바깥만 젖은 창문처럼 안과 밖이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나는 결국 적중을 시인할 수밖에 하루를 걷는 동안, 어깨에 부딪는 시간들은 난폭했다 낯선 길마다 저격수들이 슬픔을 장전하고 나를 겨눈다 가려진 가늠쇠의 간격들이 비의 그것만큼 촘촘해서 날아오는 탄환보다 겨누는 자세가 더 두렵다 오발은 없었다 빗맞아도 상처는 남는, 슬픔의 사선에서 나는 언제나 표적 이었다 견딜 만하다는 건, 온전하지 않다는 말 저항은 패자의 처절한 자세여서 참았던 눈이 결국 슬픔을 말하려 할 때 눈물을 빗물에 숨겨 항복처럼 내려놓는다 온몸에 듬성듬성 슬픔이 박힌 채 향하는 저문 집 두 팔을 벌리..
우물 권 상 진 마야 유적지에서 세노테*가 발견 되었다 몇 계절 동안 구름을 모으지 못한 차아크는 천정(天頂)을 기다려 그림자 몰래 마야를 버리고 자신의 별자리로 돌아간 후였다 남궁南宮 터, 가까운 곳에 하늘을 내려놓기 위해 그들은 곡괭이질을 선택하면서도 그 속에서 구름을 건질 ..
누가 오고 있다 누가 오고 있다 초병처럼 벽을 기대고 어둠을 지키는 괘종시계 뒤편에서 새벽이 서너 번 헛기침을 해대며 휑한 정적을 열어젖히고 있다 나는 밤이 이윽하도록 베란다에서 도시의 네온 빛들과 잔을 기울이다가 마지막 불빛을 겨우 어둠 속으로 돌려 세우고 마지막 담배를 빼어 물었다 뱉은 연기에 어둠이 밀리는 소리 환하다 어둠을 밀어내고 가로등 한등한등 끄며 사라지는 첫차를 따라 어둠 저편에서 다가오는 새벽이 선잠 든 세상이 덮고 누운 밤의 까만 이불을 들추며 저마다의 사물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출정出征처럼 새벽이 몰려오는 소리에 골목 어귀마다 어둠이 흩어지는 소리 요란하다 세상이 새로운 색감으로 깨어나고 있다 - 경주문학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