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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 / 기형도 본문
엄마 생각
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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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인 정훈 평론가께서
'이 밤, 문득 개떡이 먹고 싶다. 털털이도 먹고 싶다' - 이하 생략
이런 첫문장을 가진 포스팅을 올렸다.
개떡은 잘 모르겠고... 털털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갑자기 엄마 생각이 확 나는거라.
엄마가 마흔 한 살 되던 해에 9남매 막내로 태어난 나는 아홉살에 병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지지리도 가난했던 탓에 위로 형, 누나들은 국민학교만 마치고, 더러는 중학교 까지만 마치고 다 도회지로 돈 벌러 나가고 엄마와 둘이서 유년 시절을 살았다. 앞산 뒷산에 묘사라도 지내는 날이면 보자기를 목에 매고 수퍼맨 처럼 산을 날아올라 떡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고, 어쩌다 밀떡이라도 찌는 날에는 김을 모락모락 피어올리며 진동하는 밀가루 냄새가 불고기 피자향 보다도 더 향기로웠던 기억이 또한 기억의 한 자리에 있다. 주릴 정도로 굶지는 않았지만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은 기억도 또한 없다. 나른한 날엔 사카린을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하고, 꼭 배가 고파서는 아니지만 동무들과 산에 올라 소나무 가지 껍질을 벗겨 먹거나 지천으로 널린 머루며 다래, 어름이나 칡, 찔레를 꺾어 먹기도 하고 겨울 밤에는 무 구덩이에서 꺼낸 무를 반으로 쪼개 숟가락으로 긁어 먹던 기억 또한 선명하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학교를 갔다와 감나무에 올라 감을 몇 접이고 땄는데 그 중의 일부를 엄마는 큰 단지를 가져와 아랫목에 놓고 소금을 넣은 물에 생감을 넣어 이불을 칭칭 감아 두었다, 며칠이 지나면 꿀 맛이 나는 달달한 감이 되었는데 요즘도 그런 감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
봄이면 엄마는 쑥털털이를 가끔 만들어 주셨는데, 이게 또 가성비 갑 인거라. 그 털털이란 단어에 갑자기 십사 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울컥 올라왔다. 엄마 생각이 난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한경용 시인께서 답글을 달아주시며 사람 감정을 더 자극하시는 거다. 안그래도 엄마 생각나서 미치겠는데 말이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생각' 이라는 시를 말씀 하시며 기형도 시인의 시처럼 시로 엄마가 영생하게 하란 덕담을 또 주셨다... 이 시를 읽으면 읽을 수록 나 역시 유년의 윗목이 자꾸 생각나 아리는데 말이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기형도 시집을 다시 꺼내 실컷 읽어야겠다.
예외없이 나는 또 봄을 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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