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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은 곳 / 최문자 본문
닿고 싶은 곳
최 문 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지상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마지막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몸을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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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아래 두 행에 생각이 머문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시인은 삶이라는 명제를 비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을 '죽지 못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만 보더라도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에는 몇 번의 역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문장을 주관적으로 해석해버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해석의 오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앞에 생략된 문구가 무어냐에 따라서 그 해석은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해 산다
- (죽기에는 너무 많은 좋은 것들이 있어서) 죽지 못해 산다
하지만 시선을 옮겨 다른 각도에서 '죽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듯' 이라는 말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름다운 것 처럼' 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시인은 살아있음에 대해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는 곳' 이거나
'허공에 떳던 삶' 으로 인식한다.
하여 아름다운 듯 서있다는 진술은
그런 삶 속에 처해 있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시인이 닿고 싶은 곳이란 결국 죽음(아름다운 곳)을 의미하게 된다.
이런 염세적인 시가 또 어딨단 말인가.
그런 시를 썼을 리가 없다.
다시 첫행으로 옮겨가서 시인께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의 힌트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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