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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엄마 / 박제영

가짜시인! 2024. 10. 9. 13:28

엄마

 

                         박 제 영

묵은지가 그냥 되는 줄 아나

배추가 다섯 번 죽고나야 되능 겨

뼈는 와 묵다 말고 버리노

심줄까정 파먹어야 제 맛잉 겨

묵은지보다 더 늙은 우리 엄마

여자를 몇 번이나 죽여서 엄마가 되었을랑가

뼈라는 뼈 죄다 비어버린 우리 엄마

얼마나 더 파먹어야 나의 허기가 채워질랑가

저, 저, 말 받는 뽄새 좀 보소

우리 아들 언제나 철이 들꼬

뼛속 심줄까지 파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마침내 다 먹어치워도 그 맛과 향을 잊지 못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음식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르지

맘마 먹자

아가

엄마 먹자

 

 

『식구』(북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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