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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쪽샘 44호 돌무지덧널무덤 발굴 조사 결과 발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군 44호분 발굴조사에서 나온 바둑돌 200여점. 피장자의 발치 부장공간에서 황남대총 남분, 천마총, 금관총 등 최상위 등급 적석목곽묘에서만 출토돼 온 바둑알이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경북 경주시 황오동 349-3번지 일대. 대릉원 인근인 이곳에서 2007년 버려진 고분이 있다는 게 파악됐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전봇대를 뽑고, 나무와 풀을 제거하고 흙을 긁어내리니 무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고리, 금ㆍ은팔찌, 금ㆍ은반지, 은허리띠 장식이 나왔다. 무덤의 주인공은 1,500여년 전 신라 시대를 살던 왕족 여성으로 추정됐다. 해당 장식들이 신라 왕족 여성들이 착용했..
불가사리 권 상 진 방파제 위에 밤낚시꾼들이 몇 개 별들을 건져놓았다 먼 바다에서 밤새 글썽이다가 짧은 궤적을 그리며 지워진 별 바다로 떠나던 네 캄캄한 눈동자에도 가물거리던 별들 사람하나 지우는 일은 가슴에서 눈으로 바람을 길어올려 여린 눈꺼풀로 져며내는 일 파도는 밤새 흩어진 별들을 쓸어갔지만 끝내 행선지를 알려주지는 않았고 네가 돌아서던 방파제 위에 별 몇 개가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월간 『모던포엠』 2020년 10월호
저글링 권 상 진 출근길에 생각 없이 들고 나온 자두가 하필이면 두 개 하나면 먹고 가고 세 개면 가서 먹을 텐데 어색한 동행이 되어버린 자두와의 출근길 책상은 세 개 자두는 두 개 인사 대신 하나 받아 든 앞자리 녀석이 자두 한 번 나 한 번 빈자리 한 번 보고 슬그머니 옆자리에 올려놓길래 다시 하나 던져주는 마음의 궤적 뒤늦게 들어선 여직원 곁눈질로 책상들을 살피다가 슬그머니 내 책상에 놓고 가는 눈인사와 자두 자두는 두 개, 사람은 세 명 이 책상 저 책상 옮겨 다니다 온종일 후숙 되는 자두와 마음 다음날 자두 한 개 들고 문을 열었더니 어쩌나, 사람은 세 명, 자두는 다섯 개 월간 『모던포엠』 2020년 10월호
죽고 싶다는 말 권 상 진 아이는 그 말을 잘 모른다 말간 생각이 아직 죽음의 근처를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겠다 젊은이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로 죽고싶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 함께 흘릴 눈물 한 방울이면 해갈 되는 갈증의 단서다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날들 그 속에 자신의 몫은 있었던가 없었던가 날마다 주술에 걸리는 중년의 그 말은 지갑 속 부적과 함께 꼬깃하게 접혀있다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다 고맙다는 말이다 쓸쓸하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한 생을 고스란히 축약해놓은 말이다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
마지막 퍼즐 권 상 진 완성된 그림을 기억하세요 이 장면은 영등포 쪽방골목 오르막길 리어카 노인이 그려진 조각 퍼즐들 새벽 4시가 되면 헝클어지는 퍼즐조각 점호처럼 시작되는 점등의 시간에 아직 깜깜한 창이 보이네요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아래쪽 테두리에 살짝 그려진 빌딩 근처에서는 조각을 들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곳은 신성한 성지처럼 잠시 햇볕을 찾아 순례를 다녀오는 곳 차라리 해거름의 동토를 상상해 보아요 먹잇감을 놓쳐버린 늙은 북극늑대가 우두커니 서있는 저 언덕, 그 자리에 노인 한 분을 맞춰 봐요 파지와 리어카 조각을 맞추었다면 다시 그 앞에 등 굽은 노인 한 분 쪽방과 오르막은 같은 모양이라서 쉽게 맞출 수 있어요 아직 마지막 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하셨나요 저녁을 기다려 보세요 불꺼진 새벽의 그 창..
탑 - 황룡사 터에서 권 상 진 목탑이 있던 자리 허망한 역사의 뒤뜰에서 자라는 잡풀들 사이로 흩어진 석재가 더러는 묻히고 또 삭아진 땅 허물어진 금당 위로 마침내 몇 번의 왕조조차도 쓰러진 자리에 낮게 숨죽이며 버텨온 심초석 하나 탑은 어디로 갔을까 황량한 빈 터 어디에 묻혀 있을 탑 그림자는 이제 자신의 모습조차 잊었을 테지 시간의 앙금이 지층이 되도록 빈 터가 천년을 가두는 동안 층층이 허상만 그려 올리던 사람들 심초석 위에 기대앉아 본다 왜 몰랐을까 한 생각 접고 여기 앉으면 누구라도 탑이 된다는 것을 거닐던 사람마다 탑이 되어 솟는다 누웠던 그림자가 키를 맞추면 바람이 머리칼을 쓸며 탑돌이를 시작한다 반년간 『스토리문학』2020년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