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하루하루

마지막 퍼즐 _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 수록 본문

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마지막 퍼즐 _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 수록

가짜시인! 2020. 11. 14. 14:33

마지막 퍼즐

 

                    권 상 진

 

 

완성된 그림을 기억하세요

이 장면은 영등포 쪽방골목

오르막길 리어카 노인이 그려진 조각 퍼즐들

새벽 4시가 되면 헝클어지는 퍼즐조각

점호처럼 시작되는 점등의 시간에

아직 깜깜한 창이 보이네요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아래쪽 테두리에 살짝 그려진 빌딩 근처에서는

조각을 들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곳은 신성한 성지처럼 잠시

햇볕을 찾아 순례를 다녀오는 곳

차라리 해거름의 동토를 상상해 보아요

먹잇감을 놓쳐버린 늙은 북극늑대가 우두커니 서있는

저 언덕, 그 자리에 노인 한 분을 맞춰 봐요

파지와 리어카 조각을 맞추었다면 다시

그 앞에 등 굽은 노인 한 분

쪽방과 오르막은 같은 모양이라서 쉽게 맞출 수 있어요

 

아직 마지막 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하셨나요

저녁을 기다려 보세요

불꺼진 새벽의 그 창이 기억나나요

아직도 불이 켜지지 않는다면

 

마지막 노인의 조각은 창을 열고 그 속이예요

 

퍼즐이 완성되었다면

잠 시 묵 념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