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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 _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 수록 본문
마지막 퍼즐
권 상 진
완성된 그림을 기억하세요
이 장면은 영등포 쪽방골목
오르막길 리어카 노인이 그려진 조각 퍼즐들
새벽 4시가 되면 헝클어지는 퍼즐조각
점호처럼 시작되는 점등의 시간에
아직 깜깜한 창이 보이네요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아래쪽 테두리에 살짝 그려진 빌딩 근처에서는
조각을 들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곳은 신성한 성지처럼 잠시
햇볕을 찾아 순례를 다녀오는 곳
차라리 해거름의 동토를 상상해 보아요
먹잇감을 놓쳐버린 늙은 북극늑대가 우두커니 서있는
저 언덕, 그 자리에 노인 한 분을 맞춰 봐요
파지와 리어카 조각을 맞추었다면 다시
그 앞에 등 굽은 노인 한 분
쪽방과 오르막은 같은 모양이라서 쉽게 맞출 수 있어요
아직 마지막 노인의 자리를 찾지 못하셨나요
저녁을 기다려 보세요
불꺼진 새벽의 그 창이 기억나나요
아직도 불이 켜지지 않는다면
마지막 노인의 조각은 창을 열고 그 속이예요
퍼즐이 완성되었다면
잠 시 묵 념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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