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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말

가짜시인! 2020. 11. 14. 14:34

죽고 싶다는 말

 

                 권 상 진

 

 

아이는 그 말을 잘 모른다

말간 생각이 아직 죽음의 근처를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겠다

 

젊은이가 죽고 싶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로 죽고싶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 함께 흘릴

눈물 한 방울이면 해갈 되는 갈증의 단서다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날들

그 속에 자신의 몫은 있었던가 없었던가

날마다 주술에 걸리는 중년의 그 말은

지갑 속 부적과 함께 꼬깃하게 접혀있다

 

죽고 싶다는 노인의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다 고맙다는 말이다

쓸쓸하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한 생을 고스란히 축약해놓은 말이다

 

 

월간 『우리시』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