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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비스듬히 권상진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만만해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권상진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 2018) 단어가 지닌 세계는 유한하지만 시어가 담은 세계는 바람처럼 경계를 넘어 무한에 이른다. ‘비스듬’ 하다는 말, 기울여진다는 말은 마치 바르지 못한, ..
눈과 귀 어둠이 어떻게 빛을 적시는지 시간이 하루에 어떤 명암을 그려 넣는지 그는 모른다 들은 이야기로 잠을 청하고 들은 이야기로 아침을 맞을 때 시계는 하루를 잘게 쪼개는 소리로 혼자 분주할 뿐 눈이 온다고, 별빛이 투명하다고, 꽃이 지천이라고 말하면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을 때 즈음에야 눈 오는 소리가, 별빛의 마찰음이, 꽃이 향기와 이별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하던 사람 우리의 대화는 자주 간격을 가졌다 그에게 소리 없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가끔 슬픈 표정만 지어 보이거나 웃음을 참으려 힘껏 입술을 오므릴 때도 있지만 우린 괜찮았다 나는 보고, 그는 듣는 일이 퀴즈처럼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서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각또각 질문들을 흘리며 그가 앞서 걷는다 소리의 자국을 따..
엄마 생각 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