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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https://cafe.daum.net/urisi/CWTb/3743?svc=cafeapi 겉절이 / 권상진 겉절이 / 권상진 어느 현장에서 품을 팔았는지낡은 봉고차가 식당 앞에한 무더기 일당쟁이를 부려 놓는다 땅거미가 하루의 노동에서 건져낸 저들을척척 국숫집 의자에 걸쳐 놓으면시멘트 바 cafe.daum.net 겉절이 / 권상진 어느 현장에서 품을 팔았는지 낡은 봉고차가 식당 앞에 한 무더기 일당쟁이를 부려 놓는다 땅거미가 하루의 노동에서 건져낸 저들을 척척 국숫집 의자에 걸쳐 놓으면 시멘트 바닥으로 주르륵 흐르는 노을 하얀 거품을 저녁의 가장자리로 밀어내며 국수가 삶아지는 동안 그들은 종일 다져 온 양념으로 서로를 버무린다 잘근잘근, 오늘의 기분을 씹으며 겉절이 한 잎을 반으로 찢는다 너무 길거나 폭이..
■청옥문학 발굴특집 ❘ 2023년 눈여겨볼 시인 –권상진 작가의 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시를 만졌지만 시인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두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도 아직 시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은 부족한 자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엔 시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한 까닭이겠다. 거의 매일 시 마중을 나간다. 주로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다행히 두어 줄이라도 시가 와준다면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지 않았지만, 터덜터덜 빈손으로 밤공기만 안고 오는 날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습작기를 포함해 20년도 넘게 그러는 동안 겨우 백여 편 묶어냈으니 어림해 보면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시의 손을 잡고 원고지 속으로 돌아온 셈이다. 바꿔 말하면 허탕을 치고 온 날이 부지기수인 셈..
늙음이 추함이 되지 않도록이쯤에서 끝이라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한순간 안간힘을 버린다 산다는 게 그저 세상을 기웃거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면 들숨과 날숨 어디쯤에서 팽팽하던 집착의 가닥들을 툭툭 끊어도 볼 일 샤워를 마친 거울 앞 참 볼품없이 나이 먹은 이방인 하나 그 처연한 장면을 한참 목도하다가 문득 소멸의 자세를 생각한다 더는 삶과 실랑이하지 말고 세상의 복판에서 비켜서야 할 시간 하찮은 기억처럼 잊고 또 잊혀지다보면 나는 없는 듯 있는 사람 마침내 투명처럼 사라질 존재 『용인문학』 41호(2023년 10월)
|시집 리뷰| 골목과 노을과 곡선과 구석의 시인 -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 김대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 장인수(시인) 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은 골목을 노래하고, 노을을 노래하고, 별을 노래한다. 권상진 시인은 골목의 시인이며, 노을의 시인이며, 별의 시인이다. 반면 김대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는 곡선을 노래하고, 자연산 밥 냄새를 그리워하고, 구석을 노래하고, 추풍령 근처 신암을 노래한다. 김대호 시인은 곡선의 시인이며, 구석의 시인이다. 두 시집은 공통점보다는 개별적인 개성이 더 강해서 따로 감상을 해 보도록 한다. 둘 다 두 번째 시집이다. ▪골목을 노래하는 골목의 시인 향이 심심해 장미 몇 송이 심었습니다 소고기나 한 근..
죽음은 현상이 아니라 어쩌면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멎으면 생각은 몸을 놓고 홀로 가던 길을 갑니다 집요하게 당신의 행방을 쫓던 슬픔들이 일제히 한쪽을 바라봅니다 혼자 가지기엔 너무 많은 슬픔 같아서 문득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슬픔의 표정에는 슬픔이 없습니다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족속 같습니다 맹지 같던 삶에는 슬픔만 무성하게 자라나서 버리고 떠나도 하나 아깝지 않겠습니다 몸을 멈추고 탈피를 완성한 당신을 향해 오늘 같은 밤은 축배를 들어야 하는데 남겨진 내가 당분간 함께 할 슬픔을 괜스레 자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이 사라진 쪽으로 꽃 한 송이 가지런히 놓는 일뿐입니다 『시흥문학』 33호(2023)
사랑초가 죽었다스무 해 가까운 목숨이었다 신혼집 베란다 작은 화분에 미신처럼 엄마가 몰래 묻어두고 간 사랑 한 뿌리 찬기가 오면 거실에 들였다가 경칩 지나면 볕 좋은 곳에 내어 놓았다 꽃이 먼저 오고 이듬해에 큰아이가 왔다 입하 못 미쳐 엄마가 죽었는데 빈손이었다 그때부터 이 집의 겨울엔 안으로 들여야 할 생각들이 하나씩 늘어났고 미처 들이지 못한 것들은 집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잊혀졌다 꽃기린 무늬벤자민 군자란 당신을 기억하는 목숨들은 다 데려가고 잊어가는 사람들만 여기 남아서 상한 속에 생각을 들였다 내놓으면 아이는 한 뼘씩 키가 자랐다 계간 『시와 징후』 2023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