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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문학 발굴특집 ❘ 2023년 눈여겨볼 시인 –권상진 본문
■청옥문학 발굴특집 ❘ 2023년 눈여겨볼 시인 –권상진 작가의 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시를 만졌지만 시인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두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도 아직 시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은 부족한 자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엔 시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한 까닭이겠다. 거의 매일 시 마중을 나간다. 주로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라 다행히 두어 줄이라도 시가 와준다면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지 않았지만, 터덜터덜 빈손으로 밤공기만 안고 오는 날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습작기를 포함해 20년도 넘게 그러는 동안 겨우 백여 편 묶어냈으니 어림해 보면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시의 손을 잡고 원고지 속으로 돌아온 셈이다. 바꿔 말하면 허탕을 치고 온 날이 부지기수인 셈이다. 그렇다고 쓴 시가 모두 좋은 작품도 아니고 어쩌면 아직 단 한 편의 시도 온전한 시가 되었을 리 없다는 생각에 미치면 쓰는 일 참 부질없다 여겨진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SNS에서 가짜시인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지가 제법 오래되었다. 시를 쓰는 사람을 진짜와 가짜로 구분 짓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판에서 내가 진짜요!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 것이며 그렇게 말하는 이는 과연 진짜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걸 보면 나는 가짜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에 닿는다. 시가 죽어간다고 말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시도 시인도 너무 많다. 가짜 시인이 너무 많으니 가짜 시도 많이 생산된다. 다만 독자가 없을 뿐이다. 모두 선수가 되어 운동장에 올라와 있으니 선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관중이 없는 상황, 이것이 21세기 한국 시단의 한 현상이라 훗날 역사는 기록할지도 모른다. 능력 있는 자는 계속 도전에 직면해야 하고 능력이 떨어진 자는 도태되는 것이 건강한 생태계다. 문학, 특히 시의 생태계도 그랬으면 좋겠다. 성 안에서는 몇몇 능력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진입장벽을 높게 쌓고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날마다 연회를 열고, 성문 밖에서는 재야의 고수들과 스스로 시인입네 하는 자들이 뒤섞여 난장을 이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중들과 멀어진 외딴 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문 밖 사람들이 하루빨리 짐을 싸서 본토로 돌아와 문화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춤추고 노래했으면 좋겠다. 사는 일에 지치고 힘든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고 마음 한편에서 뭉클함이 올라와 사람 사이를 온화하게 하는 시. 그러나 시의 품격을 잃지 않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횡설수설 하며 여기까지 와버렸다. 비스듬히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살갑게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집밥 혼자 먹는 밥은 해결의 대상이다 두어 바퀴째 식당가를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돈보다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매일 드나들지만 언제나 마뜩잖은 맛집 골목을 막차처럼 빈속으로 돌아 나올 때 아이와 아내가 먹고 남은 밥과 김치 몇 조각에 나는 낯선 식구이지나 않을는지 늦을 거면 밥은 해결하고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걱정인지 짜증인지 가로수 꽃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저녁 불편한 약속처럼 나를 기다리는 골목 분식집 연속극을 보다가 반갑게 일어서는 저이도 누군가의 아내이겠다 싶어 손쉬운 라면 한 그릇에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새 든든해 오는 마음 한편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구내식당 저녁 내내 간절하던 집밥은 그래, 쉬는 날 먹으면 된다 나무 의자 관절에 못이 박힐수록 의자는 점점 바른 자세가 된다 생각이 무거우면 부처도 자세를 고쳐 앉는데 의자라고 다리 한번 꼬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는가 못은 헐거워진 생각을 관통하고 너머의 삶을 다시 붙잡는다 돌아눕고 싶은 밤이 있었고 돌아서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온몸에 박혀올 때마다 나는 자세를 고치며 다시 살아볼 궁리를 한다 하늘도 긴 날을 삐걱거렸는지 밤이면 못대가리들로 촘촘하게 빛난다 눈사람 나는 혀로 굴린 눈사람 어느새 동그랗게 부풀려 있었지 말들이 내려 쌓이는 골목에서 뭉치고 굴려진 나는 어느새 뜻밖의 문장 끝말잇기 놀이의 첫 단어는 이제 아무도 기억나지 않아 몇 번의 입담을 거치고 나면 나는 그들만의 정반합 맑은 날에도 눈은 내렸지 어쩌다 내게 닿으면 태도를 바꿔 금세 온순해져버리는 물방울들, 말의 허깨비들 가능한 한 입을 다물기로 했어 예와 아니오 만으로 이루어진 대답이 변질을 지나 창조에 닿았다면 그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의 문제 골목은 사계절 내내 눈이 내렸지 걸어 들어간 사람들마다 눈사람이 되어 나왔지 더러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환승역 -요양병원에서 다 왔어 엄마 여기야.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자. 표는 내가 끊을게. 돈 있어. 엄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오빠와 동생이 조금씩 보탰어. 잠시 쉬어가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어. 저 봐, 커튼만 젖히면 침대에서도 환승역이 보이잖아. 좀 쉬었다 저기서 갈아타자. 쓰던 짐은 죄다 놔두고 왔어. 잠시 쉬었다 갈 건데 번거롭잖아, 나중에 따로 보내줄게. 여긴 처음 와보는데 사람들이 많네. 새로운 친구들도 사귈 수 있을 거야. 늘 혼자 살았잖아. 이젠 외롭지 마 엄마. 안 울어, 누가 운다고 그래. 나 가고나면 저 가운 입은 사람들이 도와줄 거야. 내일은 오빠가 오기로 했어, 모레는 막내가 올 거고. 알잖아 다 맞벌이라는 거. 아냐 엄마, 난 좀 더 있다 가도 돼. 그 사람 혼자 밥 잘 챙겨 먹어. 이쁘네 울엄마. 흙 묻은 몸빼 보다 훨 났네, 이부자리도 깨끗하고. 집이 좋긴 뭐가 좋아, 거긴 떠나간 것들뿐이잖아. 밥 먹어 어서. 계속 그렇게 앉아만 있을 거야?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어. 미안해 엄마. 그럼 우리집으로 갈래? 사실은 그이가 그러라고 했는데 내가 면목이 없어서. 안 되겠다 가자 엄마 우리 집에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권상진_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2015년 복숭아문학상 대상. 2018년 경주문학상 . 2021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눈물 이후』 『노을 쪽에서 온 사람』 합동시집 『시골시인-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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