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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의 편린들 (493)
하루하루
죽음은 현상이 아니라 어쩌면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멎으면 생각은 몸을 놓고 홀로 가던 길을 갑니다 집요하게 당신의 행방을 쫓던 슬픔들이 일제히 한쪽을 바라봅니다 혼자 가지기엔 너무 많은 슬픔 같아서 문득 죽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슬픔의 표정에는 슬픔이 없습니다 인정머리라고는 없는 족속 같습니다 맹지 같던 삶에는 슬픔만 무성하게 자라나서 버리고 떠나도 하나 아깝지 않겠습니다 몸을 멈추고 탈피를 완성한 당신을 향해 오늘 같은 밤은 축배를 들어야 하는데 남겨진 내가 당분간 함께 할 슬픔을 괜스레 자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이 사라진 쪽으로 꽃 한 송이 가지런히 놓는 일뿐입니다 『시흥문학』 33호(2023)
사랑초가 죽었다스무 해 가까운 목숨이었다 신혼집 베란다 작은 화분에 미신처럼 엄마가 몰래 묻어두고 간 사랑 한 뿌리 찬기가 오면 거실에 들였다가 경칩 지나면 볕 좋은 곳에 내어 놓았다 꽃이 먼저 오고 이듬해에 큰아이가 왔다 입하 못 미쳐 엄마가 죽었는데 빈손이었다 그때부터 이 집의 겨울엔 안으로 들여야 할 생각들이 하나씩 늘어났고 미처 들이지 못한 것들은 집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잊혀졌다 꽃기린 무늬벤자민 군자란 당신을 기억하는 목숨들은 다 데려가고 잊어가는 사람들만 여기 남아서 상한 속에 생각을 들였다 내놓으면 아이는 한 뼘씩 키가 자랐다 계간 『시와 징후』 2023년 겨울호
안부 오래 잊고 지냈습니다 오늘 이 골목을 지나다가 문득 어떤 기억과 마주칩니다 울고 있었지요 얼른 슬픔을 밀치고 손을 내밀었지만 당신은 끝내 다 슬프고 난 후에야 낭자한 눈물을 짚고 혼자 일어섰지요 그리고 나는 보았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절며 막 돌아서던 골목 어귀 쪽으로 뒤늦게 일어난 슬픔이 엉거주춤 따라가던 모습을요 나는 슬픔의 반대쪽으로 걸었습니다 만약 당신도 슬픔보다 더 오래 슬펐더라면 슬픔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테지요 지금쯤 당신과 슬픔은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까요 아니면 어느 선술집에서 서로에게 길을 물으며 긴 어둠을 또 함께 지새우고 있을까요 간혹 슬픔을 마주치는 날엔 당신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당신, 잘 있습니까 나는 잘 있습니다 계간 『시와 징후』 2023년 겨울호
말빚 그 말을 여태 돌려주지 못했다 자존심 정도만 덜어놓고 슬쩍 내밀어 볼 걸 그랬다 그렇게 우린 갚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사이가 되었지만 취한 밤 불 켜진 은행 앞을 지나다가 문득 생각난 사람 갚아야 할 말이 잔액처럼 남아 아직도 해지 되지 않는 우리 사이 그 말을 여태 갚지 못했다
(서평) 삶의 영역에서 찾아낸 성찰의 크기와 무게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권상진 두 번째 시집을 읽고 걷는사람 시인선 87/ 2023년 4월 13일 1판 1쇄 펴냄 글/ 김부회 시인, 문학 평론가 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받았다. 가장 먼저 펼친 것은 해설이나 시의 본문이 아닌, 목차였다. 보통 본문이나 해설을 먼저 보는 것이 상례이지만 목차를 먼저 본 것은 권상진 시인이 주목하는 세상에 대한 눈을 보는 것이다. 시인이 세상을 보는 눈은 한 쌍의 눈동자가 아닌 겹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낱눈이 여러 개 모여 벌집 모양으로 생긴 눈을 겹눈이라고 한다. 하나의 현상이나 풍경이 아닌, 하나에서 열을 보는 시인의 눈을 본 것이다. 언어의 조탁은 나중 문제일 것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을 어떤..
맛의 스펙트럼/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을 읽고 돌이켜 보니 가장 진절머리 나는 것도 눈물 나게 그리운 것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2023년 4월 가짜시인 첫인사에 그만 울컥한다. 나도 사람이 그리웠는데, 왜 나의 외침은 스르르 힘이 풀리는지. 진절머리 나게 그리워하지 않은 탓인가. 진절머리 나는 그리움은 무엇일까. 시집 두 권을 상재한 시인이 아직도 가짜이냐고? 언제까지 그 이름을 쓸 것이냐고 부디 묻지 마시라. 겸손도 아니고 더더욱 자기 폄하는 아닌, 프리즘처럼 시인의 몸을 통과한 은유와 역설에 빠질 거라는 시인이 보낸 초대장처럼 느껴진다. 나는 벌써 가짜시인의 동조자다. 시집을 펼치기도 전에……. 환장하게 사람이 그리운 날에 말이다. 숨은그림찾기 나는 은유된다 빛의 뒤편에서 혹은 너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