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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본문
우물
권 상 진
마야 유적지에서 세노테*가 발견 되었다 몇 계절 동안 구름을 모으지 못한 차아크는 천정(天頂)을 기다려
그림자 몰래 마야를 버리고 자신의 별자리로 돌아간 후였다
남궁南宮 터, 가까운 곳에 하늘을 내려놓기 위해 그들은 곡괭이질을 선택하면서도 그 속에서 구름을 건질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 생각이 분분하였다
실패한 별이 되어 옅은 빛 밖에 가지지 못한 차아크가 밤이 되면 먼 길을 달려와 우물 속을 희미하게 들여
다보곤 하였다 구름을 잘게 썰어 빗방울을 만든다던 그의 실패담이 수심 깊숙한 곳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간절히 구름을 원했던 사람들은 두레박 대신 개와 고양이의 정령들에게 항아리를 들려 희망의 줄을 묶었
다 그것들 수면 아래로 잠길 즈음엔 여지없이 줄은 끊어지고 끊어진 줄을 이으려 아이가 물속으로 다급히
뛰어들었다
사람의 일이 아니라는 듯 출렁임은 이내 이전의 고요 속으로 침잠해 버렸다 태양이 전리품처럼 물을 길어
간 자리에 시간의 모래가 쌓여갔다 짐승들도 항아리도 아이도 수면 속에서 잊혀졌다
가끔씩 남궁 터에 바람이 불면 시간이 공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처 메꾸지 못한 우물의 울대가 떨리는 순
간 잠을 깬 우물 속에서 메마른 신라가 발견 되었다 상석을 걷어내자 부슬부슬 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세노테 : 고대 마야인들이 차아크라는 비의 신이 산다고 믿었던 천연우물
*천정 : 지구 위의 관측자를 지나는 연직선이 위쪽에서 천체(태양)와 만나는 점
*남궁 : 경주 반월성 인근에 있던 궁궐 중의 하나 혹은 국가 제사를 담당하는 예부로 추정되는 곳
계간 『한국시학』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