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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가시고기 본문
가시고기
네 안에서 꽃이 한 생을 살았다지 꽃자리 마다 맺힌 눈물이 두어 계절을 매달고 떨어지면 잎들도 한순간에 마음처럼 무너졌다지 삶이 몇 번 죽음이 또 몇 번 빈집처럼 다녀갈 때마다 슬픔이 겹겹 온 몸을 에웠다지
중년의 아버지가 병원 앞에서 대추나무 한 그루를 잡고 우신다
그 속엔 죽고 싶은 마음이 몇 번 살아야 할 이유가 또 몇 개 가시를 세워 낭자하게 세상을 찌르고 나서야 무너졌던 어순들도 차츰 제자리로 돌아왔다지
공복의 시간을 채우던 울화가 몸서리치며 물때 묻은 비늘을 턴다 비릿한 어제의 시간들이 물방울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나면 내일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빈집 같다지
하루의 서술어를 마침표로 눌러놓고 내일을 슬몃 당겨와 접속어와 쉼표로 단단히 엮던 아버지의 일기가 오늘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래도, 그러니, 그러나,
가족이 있었다지 시든 몸을 마저 헐어 아버지를 완성해야 할 역접의 시간들이 필요 했다지 문장 끝 쉼표에 아슬하게 매달린 채 깜박 졸음에 속은 날에는 모래 속에, 앙상한 가시만 묘비처럼 가라앉는 길몽을 꾼다지
월간 『모던포엠』 2019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