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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들은 이야기) _ 계간『시인정신』 2020년 봄호 수록 본문
눈과 귀
어둠이 어떻게 빛을 적시는지
시간이 하루에 어떤 명암을 그려 넣는지
그는 모른다
들은 이야기로 잠을 청하고
들은 이야기로 아침을 맞을 때
시계는 하루를 잘게 쪼개는 소리로 혼자 분주할 뿐
눈이 온다고, 별빛이 투명하다고, 꽃이 지천이라고 말하면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을 때 즈음에야
눈 오는 소리가, 별빛의 마찰음이,
꽃이 향기와 이별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하던 사람
우리의 대화는 자주 간격을 가졌다
그에게 소리 없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가끔 슬픈 표정만 지어 보이거나
웃음을 참으려 힘껏 입술을 오므릴 때도 있지만
우린 괜찮았다
나는 보고, 그는 듣는 일이 퀴즈처럼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서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각또각 질문들을 흘리며 그가 앞서 걷는다
소리의 자국을 따라 걷는 그에게
한 걸음만 왼쪽으로
우린 이 정도의 간섭만이 다만 필요한 사이였다
(최종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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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이야기
권 상 진
어둠이 어떻게 빛을 적시는지
시간이 하루에 어떤 명암을 그려넣는지
그는 모른다
들은 이야기로 잠을 청하고
들은 이야기로 아침을 맞을 때
시계는 하루를 잘게 쪼개는 소리로 혼자 분주할 뿐
눈이 온다고, 별빛이 투명하다고, 꽃이 지천이라고 말하면
손에 든 커피가 다 식을 때 즈음에야
눈 오는 소리가, 별빛의 마찰음이,
꽃이 향기와 이별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하던 사람
우리의 대화는 자주 간격을 가졌다
그에게 소리 없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가끔 슬픈 표정만 지어보이거나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힘껏 오므릴 때도 있지만
우린 괜찮았다
나는 보고, 그는 듣는 일이 퀴즈처럼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서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또각또각 질문들을 흘리며 그가 앞서 걷는다
소리의 자국을 따라 걷는 그에게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우린 이 정도의 간섭만이 다만 필요한 사이였다
계간 『시인정신』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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