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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등 권상진 슬몃 등을 돌려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 사람이 있다 미처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생각들이 차곡한 등은, 그가 한 생애 동안 써온 유서 일생을 마주보고 건네던 가벼운 말들이 서로에게 가 닿거나 때론 우리의 간격 사이에서 흩어지는 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등이다 인연이..
홀로 반가사유상 권상진 얼굴과 손등에 보풀보풀 녹이 일었다 눈물은 날 때마다 눈가 주름에 모두 숨겼는데도 마음이 습한 날은 녹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손때가 타지 않은 저 불상의 응시는 일주문 밖 종일 방문턱을 넘어오지 않는 기척을 기다리느라 댓돌에 신발 ..
이름의 비유 권상진 시인의 말석에 앉고부터 사랑, 슬픔이란 단어는 계륵이 되었다 저리도록 아름답고 숭고한 그 말이 천 년을 닳고 닳은 흔한 단어라서 나는 말을 비틀어야 했다 TV를 보던 초등학생 딸아이가 불통이 뭐냐고 물어 오길래 배려가 없는 고집이라 말해 주었다 한동안 잊고 있..
영하의 날들 권상진 이 골목은 열대의 모세혈관 쪽문 깊숙한 곳까지 폭염을 나르던 적도의 시간이 출구를 헤매는 골방에서 노인은 지팡이와 함께 싸늘하게 발견되었다 직립의 시간은 끝난 지 이미 오래인 듯 폭염을 등에 진 채 골방에 ㄱ자로 누운 저 경건한 자세가 되기까지 열대의 밤은..
별자리 권상진 1 고향 집 어귀 삐뚜름한 복숭아밭에 붉고 선명한 별자리가 내려앉았다 밤하늘의 한끝을 힘껏 당겨서 대문 앞 삽자루에 묶어 놓았는지 별들의 간격 사이에 향기가 팽팽하다 실직 이후 섭섭게 팔려간 저 밭뙈기가 가난한 식구들의 몇 계절을 일구는 동안 아버지는 반듯한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