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하루하루

당신의 바깥 본문

합동시집 『시골시인-K』(2021, 걷는사람)

당신의 바깥

가짜시인! 2021. 10. 13. 13:43

당신의 바깥

 

              권 상 진

 

 

자기가 삼킨 눈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안다

딱 그의 키만큼 울고 갔다

염장이가 그를 슬픔과 함께 단단히 묶고

눈물이 새 나가지 않도록 오동나무 관으로 경계를 두르는 동안

죽음을 빙 둘러선 사람들은

그에게 흘러든 어떤 구름에 대해 증언하거나

자신의 몸에 눈금을 그어 보이는 시늉을 했다

막잔을 비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일어설 때

코끝까지 차오른 눈물에 그가 술잔처럼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모두 당신의 바깥에 서 있었다

울고 있었지만 아무도 당신이 술잔에 채워준 구름을 마시지 않았다

한 이틀 슬픔들이 속속 다녀가고 마지막 날엔

잘게 부서진 눈물이 항아리에 고였다

주목나무 아래 그를 뿌려두고 남은 이들이

출렁거리면서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합동시집 『시골시인-K』(2021, 걷는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날개  (0) 2021.10.13
교차로  (0) 2021.10.13
디스코 팡팡  (0) 2021.10.13
장편  (0) 2021.10.13
밑장  (0) 20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