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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장편 본문
장편
권 상 진
서재에 들어섰을 때
죽음은 그의 결말을 읽고 있었다
나란히 앉은 죽음과 나는 어스름한 그를
가끔 만지고 또 지켜보았다
그가 여린내기로 숨을 고르다
못갖춘마디로 말끝을 흐릴 때
흠칫 놀라 떨리는 입술에 귀를 대보던 죽음은
공중에 떠도는 마지막 말이
바닥에 내려앉기를 기다렸다가
사방에 흩어져 있는 침묵을 가만히 당겨와
적요한 얼굴을 덮어주었다
순간 또 다른 목소리들은 공중에 생겨나 음악이 되고
젖은 악보에서 그가 다 쏟아져 나온 후에야 길을 내준다
한 때 그를 나눠 가진 이들은
함께 머물던 페이지를 다시 뒤적이며
국화꽃 책갈피를 꽂아 놓고 자리를 떴다
죽음이 그를 모두 읽는데 꼬박 칠십사 년이 걸렸다
그 길었던 서사의 마지막 장을 덮는 날
그가 서가 한 귀퉁이에 가지런히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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