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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차로 본문
교차로
권 상 진
도시의 기후는 건조합니다 아비를 따라 십 수년, 마른땅에 그를 묻고 어미를 따라 다시 몇 년, 그 사이 아내를 얻고 어린것들은 또 생겨나 풀을 뜯습니다 늙은 어미가 게르에서 풀이 무성한 쪽으로 머리를 누이고 잠들었을 때 다시 짐을 싸는 아내는 이미 완경에 가깝습니다
열세 번의 거처를 옮기며 우리는 이 도시의 모든 골목을 완주했지만 다시 슬픔의 역순으로 떠나야 합니다 슬픔의 입구는 풀밭에 던져진 통발 같아서 빤히 보이는 희망을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넓은 잎에 키 큰 나무 주변은 포식자들이 살고 경계를 따라 자라는 풀의 맛을 이어봅니다 전세는 전세끼리 월세는 월세끼리 오와 열을 맞춰 사막 입구로 뻗어갑니다 유목의 피가 흐르는 양 떼가 초원의 서열을 몸에 익히고 초원의 경계에서 고개를 누입니다
이동 주기가 가까워 오면 먹이를 찾는 포식자들이 황폐한 초원을 어슬렁거립니다.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픈 종족입니다 목초지에서 맹수를 만난 내가 한바탕 멱살잡이를 했고 몇 잔 술 나눠 마신 서쪽하늘이 불콰한 나를 위로하며 골목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맞습니다 풀 값이 또 올랐습니다 다시 떠나야 할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