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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무덤 _ 계간 『시와 경계 』 2020년 여름호 수록 본문
젖무덤
권 상 진
여자를 벗고, 집 앞 골목을 나오는 사람
얇고 하얀 모시런닝 속
중력 쪽으로 기운 가슴에서
탄화된 시간이 설핏 비친다
나는 남자를 버리고
한참 동안 저 밋밋한 것을 바라본다
누가 이름 지었을까, 젖무덤이라는 말
그 속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가슴에 헛묘를 만들고
남몰래 욱여넣던 설움들이 부품하다
연고도 없는 저 무덤 앞에서 나는 경건해지고
저 여인 앞에서 숙연해진다
그런 나이가 온 것일까
등 뒤에서 팽팽하던 여자를 풀어 버려도
하나 남사스러울 것 없는
그런 나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일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을 바꾸는 가슴이
건반을 벗어난 음표들처럼 자유롭다
계간 『시와 경계 』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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