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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버린 詩(발표)

READY!

가짜시인! 2019. 5. 31. 08:49

READY!

              

                   권 상 진

 

 

READY!

 

너는 속삭였지

먼저 고백 해버린 그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 

속으로만 하나 둘 셋 아주 천천히 

달콤한 고백을 기다릴 거야

너보다 먼저 셋을 다 세어 버린다면 그 다음엔 나는 

 

단 한 번에 네게 닿기를 원했어

붉은 입술에 귀 기울였지

흩어져 있던 모든 나는 너를 향해 정렬되고

남은 공간엔 가득한 심장 소리

 

하,나, ㄷ, ㅜ, ㄹ, ㅅ...ㅔ...

 

시간은 헛바퀴만 돌리고 있는지

마지막 ㅅ이 혀끝에서 맴도는 셋의 시간 동안

나는 초원과 바다와 은하를 질주하며

먼 너의 언저리를 수도 없이 돌아서고 있었지 

 

너의 첫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여긴 아직 셋의 바깥

심장이 차츰 규칙을 잃어가고 있어

참았던 숨이 풍선처럼 부풀었지

 

그때 

너는

아주 간결하게 나를 불렀어

 

탕!

 

 

월간 『모던포엠』201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