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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홀로 반가사유상(권상진) 본문
홀로 반가사유상
권상진
얼굴과 손등에 보풀보풀 녹이 일었다
눈물은 날 때마다 눈가 주름에 모두 숨겼는데도
마음이 습한 날은 녹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손때가 타지 않은 저 불상의 응시는 일주문 밖
종일 방문턱을 넘어오지 않는 기척을 기다리느라
댓돌에 신발 한 켤레는 저물도록 가지런하다
낡은 얼레처럼 숭숭한 품에서는
시간이 연줄보다 빠르게 풀려나갔다
두어 자국 무릎걸음으로 닿을 거리에
아슬하게 세상이 매달려 있는 유선전화 한 대
간혹 수화기를 들어 팽팽하게 세상을 당겨 보지만
떠나간 것들은 쉬이 다시 감기지 않는다
몇 날 열려진 녹슨 철 대문 틈으로
아침볕은 마당만 더듬다가 돌아서고
점심엔 바람이 한 번 궁금한 듯 다녀가고
달만 저 혼자 차고 기우는 밤은
꽃잎에 달빛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누워서 하는 참선은 하도 오래여서
반듯이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강아지 보살 고양이 보살도 하나 찾지 않아서
한 쪽 다리는 저려서 들어 포개고
한 손은 눈물을 훔치러 가는 중이다
-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사, 2018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차오른 그리움을 덜어내는 모양이 간절하다. 주름, 주름에 숨겼던 눈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니. 발산하는 눈물의 뚜껑을 쉽게 열지 않고 견디는 일. 다만, “오지 않는 기척”에 한 번씩 눈을 두는 일뿐.
이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모르지만, 참선에 든 시간에는 분명히 그리움의 왕래를 듣는 귀가 열린다. 단절의 거리가 한 토막씩 이어졌다가 끊어지는, 햇볕과 바람이 들고 난다. 위로처럼 채워진 달은 꽃잎을 만지작거리다 간다.
그리움을 오래 견디려고 ‘홀로’의 결박을 점검한다. “반듯이 의자에 앉는다”면 갈망 뒤에 찾아주는 것에 대한 준비다. 참고 참다가 어쩔 수 없이 “한 손은 눈물을 훔치러 가는” 시를 읽은 후로 나는 내게 스민 눈물을 함부로 열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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