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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돌아온 시

[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집밥(권상진)

가짜시인! 2018. 9. 4. 13:04

집밥

 

                   권상진

 

 

혼자 먹는 밥은 해결의 대상이다

 

두어 바퀴째 식당가를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돈보다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매일 드나들지만 언제나 마뜩잖은 맛집 골목을

막차처럼 빈속으로 돌아 나올 때

아이와 아내가 먹고 남은 밥과 김치 몇 조각에

나는 낯선 식구이지나 않을는지

 

늦을 거면 밥은 해결하고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걱정인지 짜증인지

가로수 꽃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저녁

 

불편한 약속처럼 나를 기다리는 골목 분식집

연속극을 보다가 반갑게 일어서는 저이도

누군가의 아내이겠다 싶어

손쉬운 라면 한 그릇에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새 든든해 오는 마음 한편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구내식당

저녁 내내 간절하던 집밥은

그래, 쉬는 날 먹으면 된다

 

 

             -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사, 2018

 

 

 

  달갑지 않아도 가게 되는 곳이다. 분식집은 요란스럽지 않게, “낯선 식구의 임무인지 의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정리하기에 좋다. 더구나 손쉬운 라면 한 그릇으로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보너스로 든든해 오는 마음 한편을 받았으니 이제부터 가로수 꽃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랫동안 집밥’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라면의 천국을 누리면서 김밥에 생각을 얹던 날이 있었다. 복잡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던,

출처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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