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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바닥이라는 말(권상진) 본문
바닥이라는 말
권상진
눈을 떴을 때 나는 바닥에 닿아 있었다
흉물스러운 바닥의 상징들로 각인된 팔과 이마는
오늘, 또 하나의 슬픈 계급을 얻는다
삶의 바닥에 무릎 꿇어 본 적이 있다
하루의 인생을 허탕 치고 돌아와
단단하고 냉랭한 바닥에 무릎을 주고 손을 짚으면
이런 슬픔에 어울리는 습기와 냄새 그리고
허공의 무게가 뒷등에서 자라곤 했다
심해의 물고기들처럼 납작해질 용기가 없다면
중력을 향해 솟구쳐야 한다
마른 땅을 움켜쥐고도 몇 번을 다시 살아내는 나무처럼
시든 무릎을 세우면서
사람의 가장 슬픈 자세를 풀고 있는
나도, 이제 바닥이라는 말을 알아들을 나이
달력은 벽에서 전등은 천정에서 화분은 베란다에서
저마다의 자세로 각자의 바닥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절망은
단단한 계단의 다른 이름이 된다
-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사, 2018
내가 닿은 바닥은 어쩌다 “또 하나의 슬픈 계급”이 되었을까. 언제부터였을까. 눈에 보이는 뚜렷한 계급도 그렇지만, 하늘땅에는 내가 설정한, 보이지 않는 계급이 촘촘하다. 상하 관계뿐 아니라 사방팔방 마음속 바닥에 산다.
세상에 나온 그 많은 바닥의 경험을 모아도 바닥은 더 내려갈 수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더는 가라앉을 수 없으니 이제 바닥을 칠 일만 남았다는 주석이 달린 “바닥이라는 말”에는 바닥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쓰는 건 더 슬픈 일이라는 말이 숨었다. 그렇다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거나 돌파의 용기를 가지는 때는 언제인가.
바닥에 닿는 것과 이탈이 거의 한동네로 보이듯 슬픔이나 절망의 이름으로 갈린 마음의 간격도 그렇다. 그 옆에 기쁨과 희망이 한 페이지로 붙었다는 고백을 적을 수 있으면 비로소 “바닥이라는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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