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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눈물 이후(권상진) 본문
눈물 이후
권상진
빗물은 세상의 어디가 슬픔에 눌려
낮게 가라앉아 있는지 안다
익숙하게 지상의 공허를 찾아 메우는
한줄기 비
마음도 더러 수평을 잃는다
날마다 다른 각도를 가지는 삶의 기울기에
가끔 빗물 아닌 것이 가서 고인다
얼마나 단단히 슬픔을 여몄으면
방울방울 매듭의 흔적을 지녔을까
가늠할 수 없던 슬픔의 양
그 자리에 울컥 눈물이 고이고 나서야
참았던 슬픔의 눈금을 읽을 수 있다
허하던 마음에 고여 든 평형수
기울어진 어제의 날들은
눈물 이후에야 비로소 균형을 잡는다
-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사, 2018
집 한 채 지으려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짓다가 허물고는 망연히 주저앉은 일은 없을까. 정성 들여 지은 시의 집에 초대받고 한참 망설였다. 필요한 물건을 들고 가야 마땅한데, 이런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불쑥 돈 봉투 내밀고 돌아설 용기도 없다. 집들이가 처음이라는 주인은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초대장을 슬쩍 놓고 갔다. 볼품도 없고 차린 것도 없다는 쪽지가 매달렸다. 겸손한 주인의 마음을 그저 고맙게 받아 읽기로 했다.
읽다 보니 “매듭의 흔적”이 보인다. 슬픔을 참고 참았다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방울방울 여민 낱말이 매달렸다. 머금은 눈물이 흐르고 흘러 고인다. “기울어진 어제의 날들” 다 메우는 것을 보고 그 크기를 알겠다. 그가 안고 산 눈물의 무게는 그렇게 “마음에 고여 든 평형수”로 자리 잡았다. 이후로도 시인은 채워지고 비워지는 슬픔의 양을 돌아보면서 그 모양을 시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익숙하게 지상의 공허를 찾아 메우는” 시를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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