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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금강하구사람 / 비스듬히(권상진) 본문
비스듬히
권상진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살갑게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 시집 『눈물 이후』, 시산맥사, 2018
비스듬히 본 것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시를 얻는 시인의 동작을 따라 해본다. 주위에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러면서 아직 만나지 못한 “세상과 사람의 틈”을 헤아리게 된다. 읽다가 생각해보니 비스듬히 받쳐주고 채워주는 것이 시인과 독자의 일이기도 하다.
시를 쓰는 것과 시를 받아 읽는 것은 “비스듬히 건네는 말” 아닌가. 처음에는 시인의 기울기가 내게 닿아 기대는 줄 알았는데, 내가 점점 시에 기대고 있다. 아마 나는 마음을 얹을 시를 오래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스듬히 기댄 것들, 이들의 사이가 좋아 보이는 날 시인은 또 시를 쓰고 나는 거기 기울 것이다.
출처 : 금강하구사람
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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