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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날아라 버스 본문
날아라 버스
모화공단 버스 종점에서 그는 날마다 이륙을 꿈꾼다
그해 가을 돈므앙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여권 속 바랜 사진처럼
공중에 기억해 둔 비행 궤적은 날마다 흐려진다
동생은 더 이상 하모니카를 불지 않고
저녁 식탁에는 이제 카레가 오르지 않는가 보다
언젠가부터 서남풍에서는 고향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다
가족이 궁금하다, 그리운 타이족
출입문이 닫히면 시작되는 활주
날아라 버스 날아라
이런 속도로는 허공의 층계를 오를 수 없어
이방의 기억들을 털어내야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지
그는 적색의 신호등 위를 날아올랐지만 이내 고도를 낮춘다
활주로는 고장 난 기억처럼 언제나 끊어져 있다
아시안 푸드 마켓을 지나 깊숙이 숨겨진 좁은 골목의 끝 집
아슬한 그의 체류가 몸을 숨긴 여기는 다시 종점
날지 못한 노선버스는 맥없이 돌아가고,
더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는지 멈춰선 골목에서
함께 내린 피곤이 먼저 문을 들어선다
저녁의 식탁에서 그는 다시 이륙을 꿈꾼다
매운 카레 향이 활주로처럼 방바닥에 깔리면
허기진 입을 지나 허공으로 떠
오르는 숟가락 비행기
지상의 바퀴를 접어 올리듯, 잠시 접어두는 코리아 드림
가족사진이 붙여진 창을 뚫은 초음속 비행이
남쪽 영공에서 서성인다, 힐끔거리다가
두고 온 꿈을 향해 느린 곡선으로 회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