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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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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시인! 2018. 8. 6. 13:25

탈출기

 

 

 

악수는 시간의 물살에서 서로를 건지는 유일한 방법 

 

치매 병동 입원실 침대 맡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손 내미시는 아버지

 

죽음의 미행을 직감한 듯 떨리는 손을

아들이라고 합니다 초면의 조력자가 덥석 잡는다

 

첫인사는 나이를 다시 세는 리셋 버튼 같아서

우리는 오늘부터 1일

 

죽음을 상쇄하기 위해 매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서

갓 난 일흔아홉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버지

 

질량을 잃어버린 행성처럼 멀어져가는 기억을

날마다 새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는 가족들 

 

낯익은 이들의 방문이 잦을수록, 삶은 자꾸 멀어지고 

더는 낯선 이를 만날 수 없는 날, 죽음은 번짐처럼 온다

 

문을 사이에 두고

증표처럼 인사를 나눠 가질 때

 

또 만나요 헤어짐은 언제나 여지를 남기지만

다시 올게요 나는 영원한 이별을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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