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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오답 노트 본문
오답 노트
마지막 문제만 남겨둔 아버지는
평생 모아온 오답들을 다시 풀어보고 있는지
감은 눈으로 며칠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새벽까지 병실 불이 밝더니
말없이 가족들에게 답지를 내밀었고
마침표는 주치의가 대신 찍어 주었다
아버지의 한생은 두꺼운 오답 노트였다
가족에 대한 문제에서는
붉은 밑줄이 그어지거나 두어 개 별표가 그려져 있었고
살짝, 반칙과 비굴을 선택한 문항에는
체크 표시가 주저흔처럼 떨려 있었다
아는 문제를 틀리고 돌아온 저녁,
아버지는 술 냄새가 옅어질 때까지 잠을 미루다
나를 무릎 앞에 앉히고서
나처럼은 살지 말어라 는 말을
큰방까지 들리도록 말하곤 했다
평생지기의 돈 부탁을 거절하고 오는 날
생시인 양, 아버지가 떠오르고
아내는 그 옛날 엄마처럼 내 눈을 피한다
또 한 페이지가 두꺼워진 나는
내력처럼
아이 방문 앞을 괜히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