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왼손잡이 본문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왼손잡이

가짜시인! 2018. 8. 6. 13:26

왼손잡이

 

 

 

지구의 자전축이 반대로 기울어져 있었다면

많은 사람과 왼손으로 악수할 수 있었겠지

나는 모든 손잡이에서 멀고

모든 악수로부터 불편하다

 

양쪽의 어깨와 양쪽의 다리 양쪽의 눈과 귀와 복숭아뼈

왼쪽의 심장과 오른손잡이들

나는 생이 한쪽으로 쏠려버린 외따로운 기형인 양

모든 식탁에서, 모든 노트에서 불편하다

 

편견은 언제나 외눈박이여서

왼날개잡이 새와 왼발잡이 사자 왼지느러미 잡이의 금붕어를 놓치고

나를 따라 다닌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불안하고

많은 왼쪽에 대해 불편하다

 

바른손이라는 말이 생겨난 후로

퇴화를 거듭하는 왼손잡이들

숟가락을 옮겨 쥐고 생각해 보아도

바르다는 말, 참 알아듣기 힘든

'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하의 날들  (0) 2018.08.06
라면에는 없는 것  (0) 2018.08.06
탈출기  (0) 2018.08.06
날아라 버스   (0) 2018.08.06
농담  (0)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