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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허름한 잠 본문
허름한 잠
외등이 켜지자 멈칫 놀란 어둠이 두어 발짝 뒷걸음친다
습관처럼 주머니를 들춰
때 묻은 담배꽁초와 얼콰했던 술기운을
쓰다 남은 하루에 둘둘 말아
전봇대 옆 쓰레기 더미에 던져 넣고 들어서는 늦은 귀가
길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통 속 어둠을 뒤지다
무료한 듯 사라진 골목 어귀 여관에는 이미
층마다 허름한 잠들이 몸을 뉘었다
어느 지류로부터 흘러들었는지 분간하기 힘든
떠돌이 삶들이 퇴적된 하류
오랜 물살에 쓸려 낡은 기억들만 이끼처럼
그의 윤곽을 지탱하고 있다
허름을 먹고 허름을 입은 채로 잠든 바닥에는
사는 냄새가 각질처럼 부스러져 나뒹군다
눈꺼풀에 잠을 얹은 길고양이들, 청소차가 오기 전에
전봇대 아래로 약속처럼 모여드는 새벽 다섯 시
저녁 라면 면발처럼 구불텅한 하루를 미리 만나
두리번거리는지, 자주 뒤척이던 그의 잠이
허름에서 몸을 뺀다
매일 밤 연어처럼
상류를 향해 움틀 거리던 꼬리뼈 부근이 뻐근하다
툴툴 털어 다시 걸치는 어제의 외투
주머니마다 오늘과 맞바꿀 허름들을 가득 넣어 골목을 나설 때
허름에 뒤섞인 어제의 잠들이
문 뒤에 서서 그를 배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