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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사건의 지평선

가짜시인! 2018. 8. 6. 13:14

사건의 지평선                                                     

                        

 

 

 

 

    

세월은 몸 전체가 아가리다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 가야

돌도끼 옆에 놓인 세월의 꼬리를 만날 수 있다는 설화는

초침의 간격만큼 몸집이 계속 자라나 

닥치는 대로 시간을 집어삼키는 세월을 보고서야 믿음이 갔다

 

한 손으로 자전축을 잡고

다른 손으로 뱅그르르 지구를  돌리거나

태양의 흑점에 걸터앉아

불 깡통처럼 지구를 팽팽하게 돌리는 일도 지겨울 땐

 

바다로 가자

아가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여학생과 자동차와 남학생과 철근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자

 

알고는 있지만 알려줄 수는 없는 목격담들이

가볍게 포말로 부서지는 동안

가만히 있을 거면서

가만히 있으라 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물음표만 바다에 던지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같은 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한바탕 소란한 세월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사람들 사이에도

섞이지 않는 표정과

섞이지 않는 슬픔의 계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의 지평선 :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그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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