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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엑스레이를 읽다 본문
엑스레이를 읽다
한 번도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던 저녁 식탁처럼
좁은 책상 앞에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오늘은 빈 의자 대신, 형광등 아래에 흑백사진 한 장
독법을 익힌 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둠의 지형을 읽는다
종일 저 어둠 속 협곡과 검은 사막을 걷고
흑과 백의 위험한 경계를 넘나들던 행로 한편에
어슴푸레 도사린 아픔이
그가 짓던 웃음처럼 번져가고 있다
가만히 그의 얼굴 아래에 어둠의 지형을 대어 본다
저 깊은 상처를 피해 길어 올린
환한 얼굴이 다시 어둠 속으로 역류하고 나면
썰물 자리처럼 웃음이 쓸려가 버린 얼굴만 덩그렇다
가슴 한곳에 하나의 얼굴을 감추고 산 사람
그에게 통증이라는 것은 굳어가는 병변이 아니라
겨운 하루가 짓게 한 표정 때문이었음을
흑백의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흐릿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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