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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눈물 이후』(2018, 시산맥)

흙담의 오후

가짜시인! 2018. 8. 6. 12:50

흙담의 오후

 

 

 

조적공 이 씨가 마지막 땀을 닦자

하나의 경계가 완성되었다

세상이 또 한 번의 분열을 마친 것이다

모든 추함은 심장의 키를 넘지 못한다는 듯

계면의 높이는 가슴 근처

갈라놓아야 할 것은 바람이나 들짐승의 행적이 아닌

사람이었다, 그 음습한 심장 소리였다

  

나무 그림자가 반쯤 접히다 담을 넘는다

오후의 기차 소리도 슬며시 흘러들었다

어둠 서리는 흙담의 높이에서 이루어지는

고양이 한 마리의 게으른 귀가

다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다시 사람이었다

  

오후의 담벼락에 기대어 나는

경계에 대해서 골똘하다

마음의 경계는 얼마나 견고한 것인가

언제나 마음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

  

어둠이 왔으면 좋겠다, 먹물 번지듯

스미어 순식간에 모든 경계를 해결하는

금 간 세상의 틈을 메우듯 속속들이

어둠이 들어차 너도 없고 우리도 없는

  

하나의 장식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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