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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201호 여자 본문
201호 여자
흐트러진 세상이라 생각했을까
거미 한 마리 창밖 세상을 마름질하고 있다
외줄에 걸터앉아 꿈쩍 않고 세상을 바라보다가
아귀가 맞지 않는 세상 가장자리에 먹줄을 튕긴다
능숙하게 가로세로의 공간을 자르고
틈 속에 시간을 채워 넣을 줄 아는 솜씨는
오랜 응시의 결과였다
먹줄이 지나간 자리마다 세상이 다시 박음질 된다
길이가 다른 양쪽 다리 때문에
사는 것이 불편한 옷 같다던 201호 여자,
입었던 옷을 벗어 재봉선을 푼다
바늘 자국 선명한 지난 시간이
모자이크 그림의 엉성한 조각처럼 그녀 앞에 툭 불거진다
과거를 펼쳐 놓고 미래를 본떠 보지만
자르고 싶은 자리와 남겨야 할 자리의 경계가 흐리다
오래 참았던 한숨이 바람으로 지난 자리에
더께 앉은 시간이 먼저 길을 내어 준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초크를 그리고 재단을 시작한다
어긋난 모서리들이 잘려나가고
듬성듬성하게 아픔이 있던 자리가 반듯해진다
창틀에 달을 쉼표처럼 걸어 놓고 거미가
창 안을 힐끔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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