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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혼자 먹는 밥 / 문성해

가짜시인! 2017. 5. 21. 23:06

혼자 먹는 밥


                     

                  문성해



건너편에

밥 먹는 법을 잊어버린 귀신 하나

덩그러니 앉혀놓아도 좋겠지


물풀을 다 걷어낸 모시조개처럼

찬 한 개로 먹는 밥은

스스로 소금기가 배어 있다


푸른곰팡이 부대가 닥치기 전

잠시 내게로 들른 이 밥을

들판에서 주운 살점인양 느긋이

몸에 숨겨주는 아침,


움푹 꺼진 눈의 귀신 하나

맞은편에 앉히고

또 누가 홀로 밥사발과 독대하는지

이 아파트 어디선가

밥그릇 긁는  소리가 난다


숟가락 소리가 깊어지면

몸속의 여물통에도

반짝이는 사리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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