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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사 수첩 / 박형권 본문
도축사 수첩
박형권
트럭에 실릴 때 한 번 우시고
도축장에 도착했을 때 한 번 우시고
보정틀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우셨다
그는 모든 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
그가 보정틀 안에서 모로 누웠을 때
나는 안면의 중앙을 전용 총으로 타격했다
나는 모든 인간과 다른 점이 없었다 다만
뻗어버린 그가 예기치 못한 눈물을 주르르 흘렸을 때
나는 그가 그분인 걸 칼에 베인 듯 알았다
무논의 써레질이 있게 하시고
쇠죽 끓이는 가마솥이 있게 하시고
오뉴월 땡볕 아래에서의 일을 있게 하신
그분인 걸 알았다
그분이 쏟아놓으신 눈물을 어떤 그릇에 담아야 할지 망연하였다
아주 작은 우주 하나가 소멸하셨다
저 먼 곳 더 크신 우주의 누군가가 대신 흘리는 눈물이었다
인간 세상에 내려 전생을 반추할 줄 모르는
나의 식욕을 위해
우주 밖의 더 크신 공백이 안타깝게 부어주는 숭늉 한 그릇이었다
애초에 소처럼 반추위를 가지지 못한 나는
위장을 더부룩하게 채우면 그만이고
이웃과 우주와 우주의 심오한 계획을 위해
한 번도 되새김질하지 않았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은
흘려도 흘려도 담을 줄 모르는 나에게
오래전부터 그분이 보낸 서신이었다
이렇게 늦게 오시다니, 아니었다
다만 좀처럼 확인하지 않는 내 우편함에 이미 도착해 있었을 뿐이었다
이 행성의 이름으로 뜨겁게 견뎌낸 그분의 여름을
나는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분은 단지 고기덩이셨지만
우물우물 여물 씹는 소리로 온 세상에 평화를 전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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