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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린들/내가 읽은 詩

떠도는 섬 / 나호열

가짜시인! 2015. 7. 13. 14:40

[읽은 시 한 편]

 

떠도는 섬

 

              나 호 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떠도는 다도해

 

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해도

물 속에 다리를 묻은 두루미처럼

몹시도 가려운 그리움의 바닥을 쳐다보며

커엉컹 개 짖는 소리 들린다

 

급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둠의 벼랑 아래로 아득히 추락하는

떠도는 섬

 

 

[짦은 생각]

 

'섬' 이라는 말에는 묘한 어감이 있다. 그것이 무인도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웅성대는 무리에서 벗어난 외따로움. 모든 관계에서 벗어난 절대고독.

섬 속에 살고 있는 또하나의 섬. 시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이 공간도 (관계 속에서의) 섬이고 그 속에 살고 있는 각자들도 개체로서의 섬이다.

정현종 시인의 섬처럼 그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가 끊어진 고독의 자리와 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하나의 섬은 다시 나, 너,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아닐까. 시인의 말 대로라면 그 섬은 신을 닮았다.

'닮았다'는 말은  '아니다'의 의미 이다. '무언의 깜박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지만 결국 우리는 신이 아니라 신의 영역을 흉내 내고 있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을 게다. 자동차도 섬, 그 속의 나도 섬. 이 도시도 섬. 이 지구도 결국 신 앞에서는 고독한 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 큰 비유. 시인은 이미 이 경지를 벗어나 있어 보인다.

 

시집 「촉도」는 각각의 단편에서 오는 감동도 감동이려니와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묵직하게 다가오는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한 자세를 생각하게 해준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가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