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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꾸미의 죽음 / 김수상 본문
어느 주꾸미의 죽음
김수상
척추도 지느러미도 없이 지식만 빨다가 얼마 전에 죽은 내 친구 시간강사는
죽어서도 대가리에 먹물만 잔뜩 넣고 응급실 시트에 널브러져 있었다
먹물 제대로 한번 쏘지도 못하고,
어느 바다 밑 모래밭 피뿔고둥의 빈집에 들어간 주꾸미는
포항 죽도시장 영포경매장 나무도마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꾸미탕을 먹고 오는 길에 주꾸미, 주꾸미, 하고 불러보니
그 소리가 영락없이 죽음이, 죽음이, 로 들렸다
♥ 먹물에서 느끼는 어감은 대체로 사치나 허영으로 느껴진다.
먹물은 이론에 충실하고 실천에 약한 편이지만, 먹물이 굳은 마음으로 행동에 옮기면
반드시 큰일을 이루게 된다. 얄팍하게 배워서 득실에 자(尺)질이나 하고 아첨하고 줄서고 하는
이런 먹물들은 차라리, 배우지 못했지만 가정에서 못 하나 튼튼하게 박고 삽질로 건물을 올리는
심신 건강한 먹물 아닌 이들에 비하면 부끄러운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 지식만 빨다간 먹물의 죽음은 허망하다.
척추도 지느러미도 없고, 제 집도 하나 없는 주꾸미 같은 삶을 살다간 먹물.
응급실에 널브러져 있었으니 갑작스런 죽음이었을게다.
한 번 꼿꼿하게 서 보지도 못하고 일생을 지식만 빨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삶.
주꾸미의 일생과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지식을 빠는 것은 그 사람의 숙명일 수 있다. 하지만 주꾸미가 되지 않으려면, 어느날 내가
어느 응급실 시트의 주인이 되더라도 허망하지 않으려면, 사람답게 살다가야 한다.
치열하지 않다 할 것인가?
척추를 가진 주꾸미가 더 사람다운 것이다.
- 가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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