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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진 란 본문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진란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구름도, 바람도, 햇살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꽃도, 나무도, 별도 달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미움도, 원망도, 회한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랑도, 미련도, 눈물도 아니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첫봄처럼 개나리봇짐을 메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타오르는 꽃불을 들고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사람을 사랑한 사람들이
문을 열고 문을 통하여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네, 사람 사는 세상이네
- 시집『혼자 노는 숲』(나무아래서,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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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승을 떠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6년 전 그무렵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충격적인 죽음에 국민들의 슬픔과 눈물은 끝없이 이어졌다. 누가 맨 나중까지 슬퍼하고 그를 기억할 것인가. 시간은 어떤 비통도 완화시키기 마련이라 그 뜨거웠던 추모열기에 비하면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를 기리는 마음 또한 엷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신’에 찬물을 끼얹고 깔쥐어뜯는 세력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기에 우리들에게 영원한 존재로 남아있으며, 보이지 않기에 눈에서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살아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언젠가 한 추모 광고에서 본 카피 문구이다. 물론 여기서 꽃은 노무현이고, 봄은 자유민주주의를 은유한다.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진 너럭바위 비석 앞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 쓰진 강판이 덮여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가운데 하나로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의 글씨로 새긴 것이다. 평생 반칙과 특권에 맞서 싸운 이력을 잘 함축한 말이다. 이 깨어있는 시민의식은 뒤이어 세상을 떠난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도 일맥상통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이 유지는 한때 민주당이 내건 슬로건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야당 안에서조차 노무현정신은 오간데 없고 그의 이름을 팔거나 그 이름에 황칠을 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패거리들의 욕망을 대할 때 낯뜨거움과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회복해야할 때가 아닌가. 분열과 극한갈등으로는 민심을 얻기 어렵고,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대결주의 일변도로는 미래도 없으리라. 야당은 모름지기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결속하고 이끄는데 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무현을 열렬히 흠모하고 받드는 사람들 역시 품위와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원칙이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할 일이다. 능동적 참여 못지않게 도덕적 성숙이 관건이다.
성찰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도도 개도 아니다. 천박한 욕설이 카타르시스는 될지언정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으며 노무현의 유지는 더욱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는 부엉이바위 벼랑 끝에서 남겼다는, 그의 이타가 엿보이는 마지막 말의 함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을 화두로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지나가네, 사람 사는 세상이네’ 라며 마무리 짓는 시인의 성숙한 시선은 그분이 시민을 향해 주문한 ‘관용의 정신과 타협을 아는 사람들의 연대’를 고스란히 반영하였다. ‘투쟁 없는 역사도 없지만 관용과 배려가 없는 역사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절제를 강조한 대목은 지금 다시 새겨들어야할 바보 노무현의 귀한 말씀이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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